최근 애틀랜타 지역 한인사회에서 한인정보 단체카톡방(이하 단톡방)이 화제다. 제35대 한인회가 출범한 후 만든 이 단톡방은 개설 100일 만에 7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하는 사이버 커뮤니티가 됐다.
대다수 참여 회원들이 단순히 기존 뉴스나 유튜브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한인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 덕분이다.
멀리 한국에서 미국 동남부 지역에 유학, 혹은 이민을 오려는 사람들도 질의응답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옛날 사랑방 같은 느낌이다.
단톡방을 관리하는 운영자의 노력도 한 몫을 했다.
최근 단톡방에는 ‘그대가 조국’이란 영화가 지역 한인 밀집지역인 둘루스에서 상영한다는 홍보 글이 올라왔다.
조국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이른바 좌파진영에서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우상이다. 반면, 우익 성향의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겐 ‘주사파의 대부’로 취급된다.
여기서 그에 대한 평가를 하자는 게 아니다. 이는 훗날 역사가들의 몫이다.
아무튼 이 홍보 글에 대해 한 회원이 정치적 성향이 강한 글이니 삭제해 달라고 운영자에게 요청했다. 반대로 지지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와 관련, 운영자의 답은 명쾌했다. 단순히 영화상영에 대한 정보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삼을 수 없고, 그 홍보물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나 주장하는 글은 삭제가 된다는 것이다. 단톡방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주장하는 것은 단호히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사람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이 비난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모두가 참여하는 단톡방을 만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영화 홍보물조차도 용납하지 못한다면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겠는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지역 한인간 소통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이 느껴진다. 조만간 지역 한인사회의 대표 사이버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가운데 한인회의 이러한 입장은 제2 평화의 소녀상 건립 논란에도 반영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분명 한인회 이사회는 소녀상의 한인회관 설립 안건을 졸속으로 처리했다.
필자는 최근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론화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몇 차례 지면을 통해 찬반 공방이 오가면서 지역 한인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국 전직 한인회장들이 긴급 모임을 갖고 논의했으나, 여기서도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급기야 인신공격을 하는 험한 말까지 나와 고성이 오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홍기 회장은 지역 한인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어떤 움직임을 가시화할 것이라고 필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한인회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서 소녀상 건립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가능한 한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이 바둑 게임을 이기는 지름길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한인 사회의 민심이 이런 저런 이유로 크게 갈라져 있다.
제2 소녀상 설립은 대내외적으로 극히 민감한 사항이다. 세계 최초의 소녀상을 건립한 한인회관이 되기 때문이다. 뉴욕 한인회관에도 소녀상이 있기는 하나, 위치가 한인이민사박물관이다. 한인회관과 역사박물관은 그 정치적 의미가 다르다.
이상호 전 애틀랜타 한인회장은 ‘한인회관은 한인사회의 발전을 나타내는 장소’인 동시에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아우르는, 우애와 화합의 장소로 이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행히 35대 한인회는 지역 한인사회 통합과 다민족과의 우애를 실천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