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 선거 열기가 뜨겁다. 23일 둘루스 한인타운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도라빌 한인타운 인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한인타운 주변에서 이렇게 가까이 양당 대통령 후보가 직접 와서 유세하는 모습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인들에게 지지를 요청하는 정치인들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이 워싱턴에서 애틀랜타로 날아와 한인타운과 상가를 방문하며 한국어로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들이 이번 선거에 투표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 시민권자 한인들이 이번 대선에 투표할 것을 권한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과거에 누군가가 투표권은 싸워서 얻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성인이 되고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선거인등록명부에 이름이 올라간다. 부재자투표도 가능하고 사전투표도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처럼 미국도 모든 시민권자에게 자동적으로 투표권이 부여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미국시민권자의 투표권은 자동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었다. 미국 독립 당시 투표권은 오직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남북전쟁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치른 후에야 흑인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어 여성단체의 수십년간의 투쟁 끝에 1920년에 비로소 여성 투표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법적 투표권이 곧바로 실질적 투표권 보장으로 이뤄지진 못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투표세’ ‘문맹 시험’를 명목으로 흑인 투표자를 걸러내고, 백인들에게만 투표를 허용했다.
소수민족들의 투쟁으로 ‘XX는 투표 금지’라는 팻말은 사라졌지만, 이러한 투표자 억압(Voter suppression)은 현대에 들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뉴욕대 로스쿨 브레넌 정의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의 앤드류 가버(Andrew Garber) 변호사는 ‘비시민권자의 투표 참여 우려’를 핑계로, 유권자 등록 기한 단축, 사전 투표 및 우편 투표 신청 기간 축소, 투표 등록 지원 단체 활동 제한, 투표소 인력 감축 및 폐쇄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표를 하려면 선거를 전후한 정치폭력도 극복해야 한다. 100여년전만 하더라도 백인들이 투표를 시도하는 흑인 유권자들을 공개적으로 폭행해, 흑인들의 정치 참여를 방해했다. 이러한 정치폭력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시카고 대학 정치학과 교수이자 안보위협 프로젝트(CPOST) 책임자인 로버트 페이프 교수(Dr. Robert Pape)는 2001년 이후 정치폭력 기소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19.5건,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간 동안 21.6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정치적 폭력 사례로는조 바이든 대통령(2023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23년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2024년 7월과 9월) 암살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도 현재 미국민들은 정치폭력에 반대하고 있다. CPOST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84%와 공화당원의 76%(전국적으로 2억 명에 해당)가 정치적 폭력에 반대하는 초당적 의회 연합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시민의 투표권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온갖 장애물을 뚫고 싸워서 얻은 것이다.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면 미국민으로서 의무도 다하고 한인들의 권익과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인 시민권자는 한인사회를 위해서라도 꼭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