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 기관인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 앞 프리어 광장에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인 서도호 작가의 ‘공인들'(Public Figures)이 전시됐다.
이번에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미술관이 선보이는 ‘공인들’은 이 미술관의 100주년 기념비를 받들고 있는 주춧돌 형태로 제작됐다. 국립 아시아미술관 건물 앞에 조형물이 설치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공인들’ 전시는 캐럴 허 현대 아시아 예술 부큐레이터가 기획한 것으로, 더 많은 한국 작품과 현대 미술을 선보이기 위한 NMAA측 노력의 일환이다.
워싱턴DC 프리어 플라자에 5년간 설치될 서도호 작가의 조형작품 ‘공인들’. 작고 수많은 인물이 힘을 모아 거대한 무게의 상판을 들어 올리고 있는 작품으로, 영웅주의적 개인주의에 도전하는 내용이다.스미스소니언 NMAA
국립 아시아미술관은 한해 방문객이 약 2700만 명에 달하는 내셔널몰 단지에 있다. 또 스미스소니언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관람객은 역에서 나오자마자 이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공인들’은 작고 수많은 인물이 힘을 모아 거대한 무게의 상판을 들어 올리고 있는 형태로, 영웅주의적 개인주의에 도전하는 개념으로 주목받았다. 한 명의 영웅적인 인물을 지지하거나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대신, 사회 속 개별 주체의 역할과 의미를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2일 일단 워싱턴 포스트 (WP)지는 ‘내셔널몰에 세워진 서도호의 기념물, 공공미술을 뒤집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물관 입구를 장식한 서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WP는 “언뜻 보기에 아직 영웅의 청동상이 없는 빈 주추(plinth)처럼 보이지만 ‘공인들’은 뒤집혀 있다. 주추 아래에 배치된 수많은 작은 조각상들이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작품이 공공미술과 사적 공간이라는 테마를 비틀어 선보이는 서 작가의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서도호의 작품 ‘공인들’ 하단부의 조각상들. 스미소니언 홈페이지 캡처
체이스 F 로빈슨 국립 아시아미술관장은 “서도호의 ‘공인들’ 전시는 국립 아시아미술관 100주년 기념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라며 “이 기념비적인 작품을 보며 방문객들은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우리가 기념하고자 하는 대상과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관장은 이어 “‘공인들’ 작품은 우리 미술관이 앞으로 100년간 학습과 성찰, 그리고 협력을 위한 자원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도호는 천으로 만든 집 등 대형 설치 작업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한국 대표 미술가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이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으며, 특히 ‘집’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사물이 어떻게 장소와 기억의 힘을 유형화하는지 탐구해왔다.
그는 또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한 최초의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의 장소 특정적인 작품인 ‘계단 IV (Staircase-IV)’은 2004년 아시아와 아시아 디아스포라의 주요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시리즈 전시인 ‘관점들(Perspectives)’에 전시된 바 있다.
서도호 작가
스미스소니언은 국립 아시아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국 미술관 등 19개의 문화기관이 모인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박물관이다. 이중 국립 아시아미술관은 철도계 거물 프리어가 수집품을 기부해 1923년 개관, 지난해 100주년을 맞았다.
‘공인들’ 설치는 국립 아시아미술관의 갤러리, 프로그램, 한국 미술과 문화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의 일부로,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실현됐다.
연합뉴스, 이은주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