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녀를 가진 학부모로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힘들었던 것이 자녀 교육이었다. 먼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받고, 방과후 활동이 모두 취소되었다. 부부가 돌아가면서 집에서 자녀를 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돈을 들여서 학원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자녀 학습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자녀들의 정신건강(mental health)이다.
먼저 자녀들이 밖에 나갈수가 없으니, 집에서 인터넷과 유튜브만 한다. 자연히 친구, 동료들과 협동심을 기르지 못하고 방 안에서 혼자 고립감을 느낀다. 게다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아시안에 대한 증오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인터넷에도 한인 등 아시안에 대한 증오와 오해가 넘쳐났다. 인터넷을 많이 하는 자녀들은 부모들이 모르는 사이에 게임상에서 아시안에 대한 증오 표현을 접하곤 했다. 더구나 지난해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많은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같은 우려는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청소년, 특히 한인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데는 의학자들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LA 알타메드 센터(Altamed) 소아과에서 근무하는 일란 샤피로(Dr. Ilan Shapiro) 수석의학자는 “제가 진찰한 청소년 환자의 50%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며 “청소년들은 가족이나 친지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사망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년들이 집에서 운동도 못하고 인터넷만 하면서 음식을 먹기만 하니 우울증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칠드런스 파트너십(Children’s Partnership)의 안젤라 베스케즈(Angela Vasquez) 정책국장은 우울증 증상을 겪는 청소년 50%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며, 특히 유색인종은 백인에 비해 우울증 치료를 받는 비율이 14%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자살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3.5배가 높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아시안 청소년들이 팬데믹 시작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며 “라티노 칭소년의 경우 4분의 1은 가족 이름, 출신 국가를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료할 기회는 아직 부족하다. 튤레인 대학 의대 (Tulan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 청소년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에서 근무하는 묘틴민 박사(Myo Thwin Myint)는 한인과 같은 소수민족, 또는 성적 소수자들이 타민족에 비해 정신과 치료를 덜 받는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 그리고 정보 부족 때문에 정신과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전국흑인여성정의연구소(National Black Women’s Justice Institute)의 시드니 매키니 박사(Sydney McKinney, PhD)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이 자살로 이어질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에 따르면 흑인 10대 소녀의 자살률은 2001에서 2017 사이에 182%가 증가했다. 그는 청소년 정신건강의 중요성 및 치료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부탁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제한이 점점 사라지면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인 학생들도 이제 기말고사를 마치면 코로나에서 해방된 방학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한인 학부모들도 이제 자녀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갖고 그들의 심정과 정신건강을 이해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