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그 속셈을 알 수 없다는 것이겠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입은 모자라도 넘치지만
남아도는 소리가 거드럭거리다가 말의 입구에 주저앉는
귓앓이는 넉넉해서 겉으로는 병 같지도 않은데
듣고 싶지 않아서 들리지 않는 입맛도 병이라니
속이면 속고 속이지 않아도 속는 딱한 사정이겠습니다
마침내 보청기가 필요하다구요
낮말이 들린다고 새가 듣는 것이 아니고
밤말이 들린다고 쥐가 듣는 것이 아닌
낮과 밤의 경계 그 어스름이 의심스러워
쥐도 새도 모르게 살며시 엿듣지 않으면
들리는 것이 들리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리는
어깃장난 귀들의 난장(亂場)같은 것이랄까
마침맞는 소리가 아니면 새나 쥐나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식성이면서
엿듣고도 몰라서 한쪽으로 흘리는 증세인가요
집에서 가까운 이비인후과엔 목구멍 환자만 붐비고
아파도 아프지않은 모든 귀의 난치병
들리는 것도 아니고 들리지 않는 것도 아닌
새와 쥐 사이의 임자없는 주술(呪術)이여
당신의 짐승은 난청(難聽)이겠습니다
가슴에 하나 등어리에 하나 두어 개 더 달려서
아침 말도 듣고 저녁 말도 들어야 하는데
엿듣고 남은 귀가 나머지 맥락을 듣지 못한다면서
그 흔한 개나 소나 양만큼 따로 기르겠다구요
엿들은 그 말이 그 말이 아니라는 오류(誤謬) 쯤이야
마침내 귀마개가 필요하다는 것이겠습니다
▶시인 김문성
1944년생. 서울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1997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애틀랜타 한돌문학회, 애틀랜타 한국문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Twin Lakes’(2018년),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023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