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건은 6ㆍ3 조기 대선 전까지 확정선고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록만으로 심리하는 대법원과 달리 파기환송심은 변론을 거쳐야 하고, 이 후보가 결과에 대해 재상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헌법상 ‘불소추특권’에 대한 판단은 당장 각각의 사건 심리를 진행 중인 1·2심 재판부가 맡게 된다.
파기환송 단계에서는 소송기록을 넘겨받았다고 피고인에게 알리는 ‘소송기록 접수통지’ 절차가 없다. 앞서 이 후보는 항소심 과정에서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7일간 수령하지 않아 여권에서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서울고법이 대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을 송부받으면 바로 재판부 배당이 이뤄진다. 서울고법 선거 전담 재판부는 3개인데, 파기환송심은 통상 원심 재판부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형사 2부(재판장 김종호)와 형사 7부(재판장 이재권) 중 한 곳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 심리와 달리 파기환송심은 공판기일이 열리며, 피고인 출석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365조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는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지만, 만일 이 후보에게 ‘재판에 나와달라’고 알리는 소환장 송달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하루이틀 사이에 서울고법에 기록이 간다고 하더라도, 기록을 검토해서 첫 기일이 열리려면 최소 보름 정도 걸릴 것”이라며 “2심조차도 6월 3일 이전에 끝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법원을 제외하고는 피고인이 공판에 직접 출석해야 하는데, 5월 선거 기간이므로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파기환송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하면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거쳐야 한다. 총 5번의 재판을 거쳐야 확정판결이 나오는 셈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결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 후보 역시 2심에서 유죄 취지로 판결을 변경하게 되면 상고할 것”이라며 “상고를 바로 하지 않고 지연전략을 취하면서 대선일을 넘기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도 상실한다. 같은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으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앞서 1심에서는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창현 교수는 “양형은 항소심 재량인데, 대법원에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한 만큼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서 10개월 이하 징역형, 200~800만원 사이 벌금형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이 후보의 경우 1심에서 방송을 매체로 이용해 전파성이 높은 점,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이 불리한 양형인자로 고려됐다.
이 후보 사건이 법원에 머문 채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불소추 특권’에 전부터 받고 있던 재판 진행도 포함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월 한 방송 토론회에서 “(재판이) 정지되는 게 다수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이 별개 의견이나 보충 의견을 통해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대법원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판단은 각 사건을 담당하는 1, 2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장영수 교수는 “헌법 84조의 소추 문제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고 학설은 나뉜다”며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결국은 법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해석도, 선례도 없어서 법원도 내부적으로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고 있다.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인 위증교사 항소심은 오는 20일 1차 공판기일이 잡혀 있고 대선일인 6월 3일 결심 예정이다. 당장 기일이 임박한 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뇌물 사건 1심으로, 오는 13일·27일 공판기일이 잡혀 있다, 수원지법에서는 대북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의 공판준비기일 단계가 진행 중이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불소추특권을 들어 재판부에 공판절차 정지를 신청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만일 정지를 받아들여 주면 퇴임 시까지 재판이 중단될 것이고, 만약 계속 진행된다면 이 후보 측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를 신청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3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선고가 “애초부터 잘못된 판결”이었단 지적도 나온다. 선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2심 판결이 났을 때 대부분 법조인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기존 공직선거법 판례들과 배치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진을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보는 등 일상적인 용어의 의미와도 배치되는 해석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아무리 법리가 중요해도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하는데 지난 항소심은 그렇지 못했다. 일반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었다”며 “주요 사건에서 기교사법을 부린 사례”라고 했다. 수도권 한 차장검사는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두고 각종 판례를 끼워 맞췄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법원 선고는 기존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다시 잘 살린 것이다”고 했다.
결국 대법원이 판단 기준을 제시했고 최종 결정은 유권자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이 이런 대법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선출한다면 민주적 정당성으로 사법 리스크를 뛰어넘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며 “피선거권 박탈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건가에 대해 국민이 결정할 때”라고 했다.
최서인·김보름·양수민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