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게 꼭 축복일까.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예전처럼 자식들이 부모 곁에서 살뜰히 챙기는 시대도 아니고, 물가 오르고 병원비 치솟고, 은퇴 후엔 수입도 뚝 끊기는데 오래 살면 살수록 걱정이 많아지는 시대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꼭 필요한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소셜 시큐리티 혜택’ 아닐까.
옛날 한국 농촌엔 ‘장례계’라는 게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끼리 매달 쌀이나 돈을 조금씩 모아두다가, 마을 어른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장례비로 보태 쓰는 그런 상부상조 제도다. 미국의 소셜 시큐리티도 결국 그 원리랑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쪽은 장례비가 아니라 오래 사는 데 필요한 생활비를 보태주는 거고, 개인이 알아서가 아니라 국가가 강제로 떼어가서 나중에 되돌려주는 구조라는 차이 정도?
그런데 말이다, 이게 그냥 연금이 아니고 일종의 보험이다. 이름도 공식적으로는 ‘Old Age, Survivors, and Disability Insurance’, 줄여서 OASDI. 즉, 노령자, 유가족, 장애인을 위한 보험이라는 말이다. 보험이면 뭐다? 평소에 돈을 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보상을 받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쯤에서 ‘소시열’ 씨의 이야기를 꺼내보자. 이분은 애틀란타에서 택배 일을 하며 평생을 성실히 살아온 분인데, 몇 해 전에 은퇴하면서 소셜 시큐리티 혜택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연금액이 작다며 실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생 고정적인 고소득이 아니었던 데다, 세금 내는 기간도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걸 보고 ‘이거 뭐야? 이렇게밖에 안 줘?’ 하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내고 얼마나 오래 냈느냐에 달려 있다.
소셜 시큐리티 혜택이란 게 무조건 주어지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일을 하면서 근로소득 세금을 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거고, 일정 기간 이상 세금을 낸 ‘크레딧’을 쌓아야 비로소 수혜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혜택은 세 가지 큰 범주로 나뉜다. 하나는 은퇴했을 때, 또 하나는 장애가 생겼을 때, 마지막은 가장이 사망하고 나서 남은 유가족에게 돌아가는 경우다.
일단 은퇴 혜택부터 보자. 보통 62세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그 나이에 신청하면 매달 받는 금액이 깎인다. 정해진 ‘정년’까지 기다리면 온전한 금액을 받고, 70세까지 미루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70세 이후에 신청하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은 것에 유의해야 한다. 결국은 언제 신청하느냐에 따라 평생 받는 총액이 달라지는데, 오래 살수록 늦게 신청한 사람이 유리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소셜 혜택 많이 받으려면 그냥 오래 살면 돼요” 하고 웃으며 말한다. 농담 같지만 진심이다.
그다음은 장애 혜택이다.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 즉 의사 소견에 따라 장기간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이 경우엔 나이랑 상관없다. 아직 젊어도 장애가 생겼으면 그동안 낸 세금 기록만 있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심사도 까다롭고 신청 절차도 복잡하다.
마지막은 유가족 혜택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아내가 남편의 소득에 의존하며 살았던 경우,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그 아내가 남편의 소셜 시큐리티 혜택 일부를 유가족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도 역시, 조건이 있다. 혼인 기간, 사망 당시의 나이, 재혼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자면, 소셜 시큐리티 혜택은 나이 들었을 때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보험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자동으로 주는 혜택’이 아니라, 평소에 착실하게 쌓아놓은 사람만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까 혜택을 바란다면, 그만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시열 씨는 은퇴 후에야 이 제도를 진지하게 공부했지만,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사실 그런 분들 많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늦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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