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흔든 국제 질서의 수혜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에 있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세계는 변곡점에 있고 푸틴과 시진핑은 어떻게 이 역사적인 순간으로 수익을 뽑아내고 미국 헤게모니의 종말을 굳힐지 전략 수립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러가 밀착을 통해 서방에 맞선 점을 들어 “트럼프가 열심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시진핑과 푸틴이 구경꾼으로 손 놓고 있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외면받게 되자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과 만났고 7일에도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가부예프 소장은 중국은 러시아에 자국산 첨단 반도체와 공작 기계 등이 흘러가도록 허용하고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을 확대해 전시 경제를 돕고 러시아에서 저렴한 자원과 무기, 기술 인재를 공급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러가 미국의 기술·금융 패권 무기화에 면역력을 길러 왔다면서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우스를 상대로 위안화 결제 확대, 중국 기술 확산 등과 같은 수단을 마케팅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관세 전쟁 속에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세일즈맨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통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은 미국 패권의 강력한 원천이었다”며 “푸틴과 시진핑은 서방의 민주주의가 결점투성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트럼프의 재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도 했다.
가부예프 소장은 “트럼프가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을 포함한 미 관료 사회에 구멍을 내고 주요 동맹국을 외면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정보력을 급속히 강화하는 시기에 그들의 숙적(서방)을 약화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은 소프트파워 확대를 위해 전 세계에서 미 국제개발처(USAID) 해체로 버려진 프로젝트를 찾아 나섰고 무역·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의 옛 친구들에게 구애하고 있다”며 “미국이 자체 혼란을 수습하느라 바쁜 지금을 이들은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리며 역사에 남을 결정을 내릴 기회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