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중국의 은밀한 전쟁 ‘초한전’

중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 ‘초한전(超限戰))’이 세계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초한전’은 문자 그대로 한계를 뛰어넘는 무제한 전쟁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의 초한전 즉, 비정규전인 하이브리드전이 공론화되어 국민을 계몽시킨 바 있다. 여기서 언급한 ‘하이브리드전’이 바로 초한전과 같은 의미이다.

지난 2023년 2월, 미국 몬태나주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 상공에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출현했다. 이 풍선은 인공위성보다 낮은 10~20km의 초저궤도에 오래 머무는 덕분에 더 선명한 목표물 촬영과 지상에 대한 통신 도청과 감청이 가능했다. 풍선은 또 제조단가가 싸 격추돼도 피해가 적고 민간용이라고 둘러대는데도 적격이다. 결국 미국은 F-20랩터 전투기를 출격시켜 40만달러짜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풍선을 격추시켰다. 중국은 1명의 인명 손실도 없이 최소비용으로 웬만한 국지전 이상의 공격효과를 거두었다. 심지어 중국은 마약 초한전까지 벌이고 있다. 2017~18년 미국을 뒤흔든 중국산 마약 펜타닐 파동이 그것이다. 아편을 인공합성한 강력한 진통제인 펜타닐은 모래알처럼 작은 몇 알만으로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달하는 살상력을 갖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2016년에만 2만명의 미국인이 중국제 펜타닐을 복용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초한전에는 시간, 공간 제약은 물론 방법도 무제한이다. 아무런 규칙도 없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것이 초한전의 핵심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창조적으로 융·복합하여 전개하는 데에 초한전의 강점이 있다. 마치 변화무쌍한 만화경을 마구 흔들어 대는 것과 같다. 초한전 수행 시 기본 원칙은 있다. 이른바 ‘현자(賢者)의 칵테일’ 원칙이다.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함에 창조적 융합과 응용을 핵심으로 하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전투 수행 시, 창과 방패의 원리를 복합적으로 동원할 뿐만 아니라 검사(劍士)와 살수(殺手)를 혼용해 운영하는 것이다. 초한전에서는 중국이 비양심, 비윤리, 비규범, 비도덕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군사·비군사 영역에서 동원 가능한 수단을 창조적으로 융합해, 시기와 조건을 고려하면서 탄력적으로 적용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 방위적이고도 파상적인 공격을 감행해 들어갈 것을 강조한다. 결국 초한전은‘현자의 칵테일’이 아닌 ‘악마의 칵테일’이다. 초한전은 첨단군사력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적을 굴복시켜 전쟁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은 무제한’이라는 실용주의 사고를 바탕으로 중국 특색의 새로운 전술을 체계화한 것이다.

초한전은 근대국가들이 지키는 전쟁원칙과 교리 교본은 물론 선전포고 같은 형식과 전쟁법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모든 곳이 전쟁터이며 모든 정보, 수단, 기술, 무기를 사용하며 낡은 규범에 매달려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초한전의 핵심은 모략과 기만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모략을 ‘지혜’라고 부른다. 모략의 색깔은 회색이다. 상대를 환한 곳에 노출시키면서 자신은 흐릿한 그늘에 숨는다. 절대 자신의 본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략은 중국인의 오랜 생존비법이다. 서양의 체스는 상대방의 ‘킹’이라는 결정적 목표를 공격해 승리를 노리지만, 바둑은 세(勢)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포위’를 추구한다. ‘마오쩌둥의 바둑전략’이라는 책을 쓴 스콧 부어만 교수(예일대)는“마오쩌둥이 장제스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홍군이 바둑판 위의 각(角)과 변(邊)에 해당하는 농촌지역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한전은 모략의 최신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적 협력과 문화 교류를 내세우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광범위한 침투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친선과 교류의 외피를 쓰고 정치, 경제, 군사, 학계, 문화, 인터넷 여론까지 철저히 장악해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도록 서서히 그러나 치밀하게 대한민국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방식은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개방적 법체계와 민주적 제도를 이용해 친중 정치인과 언론을 길들이고, 특정 기업을 인수하며, 금융과 투자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좌파 정권이 만들어 놓은 결과다.

한국 사회는 중국의 전방위 침투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사회 지도층과 여론지도층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너무 희박하다. 오늘날 중국과 이뤄지는 모든 교류는 중국공산당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 수단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 통일전선전술은 공산주의 혁명단계에서 자력으로 적을 물리치기 어려울 때 동조세력을 규합하고, 잠정적인 동맹관계를 확보하는 전술이다. 일찍이 레닌은 “다른 세력일지라도 기본목표 수행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세력이면 동맹군으로 삼고 주적을 압박하는 우회공격 임무를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해방 직후부터 통일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남사업의 기본전술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겨 후손들에게 자유 자존의 독립국을 물려주려면 지도층의 각성과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노력이 절실하다. 중국에 대한 무지와 환상을 깨고 저들의 기만술과 모략 뒤에 숨겨진 계책을 꿰뚫어 보는 게 첫걸음일 것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경구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될 수없다. 바야흐로 세계는 중국의 더러운 변칙전쟁과 전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