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기 MC로 활약한 방송인 ‘뽀빠이’ 이상용이 9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소속사 이메이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오늘 낮 12시 45분께 병원에 다녀오다 쓰러졌다”며 “사인은 심정지”라고 밝혔다.
고인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대전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농대 임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MBC ‘유쾌한 청백전’으로 방송가에 데뷔했다.
이듬해 K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서울 여의도광장에 모여있던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그야말로 ‘길거리 캐스팅’이 돼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고인은 160㎝의 작은 키에도 다부진 체격이었고, 방송에서 알통을 자랑하고 벽돌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며 ‘뽀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KBS 라디오 ‘위문열차’, MBC ‘우정의 무대’ 등 국군 장병 위문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특히 고인이 1989년부터 1996년까지 8년간 진행한 ‘우정의 무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요일마다 군 장병들이 무대에 올라 “제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 모자가 눈물의 상봉을 한 뒤에 고인이 “고향 앞으로 출발”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고인은 1996년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 유용 혐의가 불거지면서 간판 프로그램이던 ‘우정의 무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후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상용은 과거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96년 11월 3일 강원도 화천에 있는 모 사단에서 녹화하던 중 라이트를 껐던 게 가장 아쉽다”며 “꼭 다시 한번 ‘우정의 무대’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심장병 환아를 오랜 기간 지원해왔다.
1980년대 ‘모이자 노래하자’를 진행하던 당시 한 심장병을 앓던 아이가 촬영장으로 찾아왔고, 이 아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고인은 보증금 6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면서도, 수술비 1천800만원을 구했다.
이후 한국어린이보호회를 세우고 16년 동안 어린이 수백명의 심장병 수술을 도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5.5 문화상,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고인은 2000년대 들어서도 연예계 활동을 이어왔다.
2009년에는 고인과 원로 가수, 코미디언 등 25명이 모인 ‘뽀빠이 유랑극단’을 구성해 전국 무료 순회공연을 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1호실에 차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