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라인 등 재개발 붐 일며 백인 주민 급속 유입
고강도 젠트리피케이션 진행…취약계층 밀어내
남부 최고의 ‘흑인 도시’ 애틀랜타가 지난 40년간 백인 다수의 도시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커뮤니티 재투자연합(NCRC)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흑인 다수에서 백인 다수 도시로 바뀐 비율이 애틀랜타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도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정량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의 변화를 측정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심 인근의 낙후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어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상승하고 원래 살던 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서는 애틀랜타 시, 샌디스프링스, 마리에타 등을 포함하는 메트로 지역이 2000년~2012년까지 고강도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소득 수준 증가, 주택 가격 상승, 대학 교육 수준 이상의 거주자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측정하는 기준들이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보고서를 인용해 애틀랜타의 9개 구역은 1980년부터 40여년간 흑인 다수에서 백인 다수 동네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이스트 애틀랜타, 레이놀즈타운, 커크우드, 에지우드, 올드포스워드의 센서스 통계는 2010~2020년, 그랜트파크는 2000~2010년에 백인 다수로 바뀌었다. 또 나머지 4곳도 흑인 다수에서 ‘혼합(mixed)’ 인구로 바뀌었다.
애틀랜타보다 워싱턴 D.C.가 흑인에서 백인 다수 인구로 가장 크게 바뀐 도시로 평가됐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뉴저지주 뉴어크는 흑인 다수 지역이 바뀐 곳이 애틀랜타보다 많았지만, 이 중 백인 다수뿐 아니라 히스패닉계 다수 또는 혼합으로 바뀐 지역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틀랜타는 1980년~2020년 흑인 주민이 약 2만2000명 줄었는데, 이는 전국 메트로 지역 중 5번째로 높은 수치다.
NCRC 홈페이지 캡처.
2012년 개장한 벨트라인의 영향도 인종 구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벨트라인 동부쪽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며 백인 인구가 급증했다. 새 주택의 상당수는 이전에 비어 있던 산업용 부지 위에 지어졌다.
NCRC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도시 재생 계획 및 평가 과정에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커뮤니티가 배제된 젠트리피케이션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취약 계층을 몰아내며,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근간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신규 건물의 최소 15~20%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지정하고, 임대료 지원과 테넌트 주택 소유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