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남성 암 1위, 국내도 증가세 2021년 11만2천명 4년새 45%↑…”뼈로 잘 전이”
“소변 자주 마렵고 가늘면서 잔뇨감 땐 의심…50세 이후 매년 검사해야”
미국 전 대통령이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립선암은 남성의 방광 아래쪽 깊숙한 곳에서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운동을 돕는 생식기관인 전립선에 생기는 암이다. 서구에서는 부동의 남성 암 1위가 바로 전립선암이다.
19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전 대통령은 배뇨 증상이 악화한 후 전립선에 결절(혹)이 새로 발견돼 진료받은 결과 암세포가 뼈로 전이된 ‘호르몬 민감성 전이 전립선암’으로 최종 진단됐다.
호르몬 민감성은 암세포가 아직 남성 호르몬에 반응하면서 성장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전립선암 세포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고, 이 암세포들이 전립선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로 퍼져나가는 셈이다.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로는 9점에 해당했다. 글리슨 점수는 보통 7점 이상이면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국내 전문가들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고위험 상태의 전립선암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대비뇨기병원 전립선암센터 김청수 교수(센터장)는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일반적인 병기로 보면 전립선암 4기, 즉 말기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민감성 전이 전립선암에는 피하나 근육에 1차 호르몬 치료제를 주사하면서 경구용 제제인 2차 호르몬 치료제를 투여한다. 뼈 전이가 많거나 폐, 간 등의 장기로 전이가 된 경우에는 항암제인 도세탁셀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대개 전이성 전립선암은 초기만 해도 호르몬 치료에 잘 반응하다가 결국 호르몬 저항성 전이 전립선암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른다”면서 “전체적으로 호르몬 민감성 전이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30∼40%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아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호르몬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면 수년 이상의 생존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이된 암세포의 범위와 위치, 만성질환 동반 여부 등도 예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호르몬 치료를 장기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지능력이 저하될 우려는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신동호 교수는 “고령이라는 점과 뼈 전이 상황이 치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적극적인 의료적 개입이 이뤄진다면 생존 기간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호르몬 치료와 화학요법을 병행한 일부 전립선암 환자들에게서 생존 기간이 4∼5년 이상으로 연장된 임상 연구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이 대표적인 서구형 암이지만, 국내에서도 발생이 증가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진료 환자는 2017년 7만7천77명에서 2021년 11만2천88명으로 4년새 45.4%(3만5천11명)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9.8%에 달한다.
전립선암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암이 진행되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가늘게 나오면서 잔뇨감이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전립선암은 또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뼈로 잘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
뼈로 전이되면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전이된 뼈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척추에도 전이가 잘돼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립선암이 더욱 심해지면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완전히 막아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다가 완전히 소변을 못 보는 증상이 생기거나 지속적인 혈뇨에 시달릴 수 있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만 50세부터는 1년에 1회 검사를 받아야 하며, 직계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만 40세부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암 예방수칙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제공]
검사는 어렵지 않다. 혈액으로 전립선특이항원(PSA)을 점검하거나 손으로 전립선 크기를 촉진하는 직장수지검사,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서 암일 가능성이 크면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조직검사는 초음파를 통해 전립선의 12군데 조직을 골고루 얻어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그동안 식생활 습관을 점검해 고지방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견과류, 콩 등 식물성 식품 섭취를 늘리라고 권고한다. 여기에 해산물과 닭고기 등의 저지방육류를 곁들이는 지중해식 식단은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는 “만약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소변이 남아 있는듯한 잔뇨감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혹시 모를 전립선암 발생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