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중인 가운데 주요 정당들이 재외국민 표심을 잡겠다며 미주 한인 수백 명에게 각종 임명장을 수여했지만,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임명장을 받은 한인들은 까다로운 재외선거 규정 탓에 사실상 입과 손발이 묶여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정작 임명장을 보낸 정당들은 재외선거법 개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A 지역에서의 재외선거(20~25일) 투표가 내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각 후보 지지 한인들은 무의미한 임명장만 받아든 채 선거운동도 못하고 이번 대선을 맞이하게 됐다.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이번 선거를 위해 북미지역 대선 참여 운동본부 등을 출범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LA, 뉴욕 등 11개 지역 본부장과 위원, 고문 등 무려 300명 이상에게 임명장을 발송했다. 문제는 임명장을 받은 이들이 재외선거운동 지침이 현지 사정과 맞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총괄 미주지역 특보단장 최아숙 씨는 “단체가 주도하는 모임은 물론 지지 성명도 낼 수 없고, 언론 지면 광고나 배너 사용도 할 수 없다”면서 “당 법률지원팀에 재외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여론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측도 김석기 의원을 재외동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재외국민 투표 독려에 나섰지만, 정작 재외국민들은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미주부의장인 이용태 LA 평통 회장은 “재외선거운동을 제한한 선거법은 정말 말이 안 된다”면서 “최소한 한국 선거운동과 비슷하게 지면 광고도 하고, 배너와 플래카드도 활용해야 투표 참여 독려가 가능한데 이를 막고 있어 선거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의 행보와 재외국민들의 현실은 엇박자만 내고 있다. 각 정당들은 재외선거 참여만 강조할 뿐, 선거법 개정에는 이렇다 할 입장조차 내지 않고 있다.
본지는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석기 의원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두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김 의원은 16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최아숙 민주당 미주지역 특보단장 역시 “당에서는 선거법을 바꿔보겠다라든지, 현지 여론을 수렴해보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이용태 회장 역시 “당에서는 선거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LA지사=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