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전문가이자 시인인 윤화진 경제학자(89)가 한민족 비극을 그린 두번째 시집 ‘뉴호프'(New Hope) 재번역본을 7년만에 애틀랜타서 펴냈다.
지난 10일 2018년 9월 처음 발간된 한영대역 시집 ‘뉴호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시 번역돼 출간됐다. 21일 시집을 들고 본사를 찾은 윤 박사는 “분단 80년째 남북문제 진전이 없다. 짐승도 이렇게 오래 갈라져 살지 않는다. 인간 머리로는 문제를 풀지 못하니, 인공지능에 물어보면 공평한 답이 나올까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프로젝트 삼아 책을 다시 썼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예일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전문위원, 청와대 금융개혁위원회 책임위원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다. ADB에서 27년간 일하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기업들에 수천만달러의 차관을 지원했다. 한라그룹 상임고문, 성원건설 대표를 지낸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70줄을 넘겨 첫 시집 ‘시하는 삶이 아름다워’를 낸 건 월북 부친을 둔 숙명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925년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초대국장을 지낸 문인 윤기정이다. 그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두차례 투옥됐다 광복 후 월북했다. 부친이 전주에서 두번째 옥살이를 마치고 낳은 아들이 윤화진 박사다.
“어릴적 육군정보국, 서대문경찰서 사찰계가 수시로 집을 찾아왔다. 빨갱이란 말만 들어도 모두 십리는 도망가던 시절이었다. 온가족 12명을 고생시킨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하다 70넘어 조금씩 이해했다. 태어나서 믿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자기 생각을 갖고 산 사람이라 생각하니 존경하게 됐다.” 시는 ‘쓰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 이름붙인 그의 첫 시집은 카프가 주창한 액티비즘과 맞닿아있다.
시집을 들고 북녘 부친의 묘소를 찾는 것은 생애 깊이 간직한 바람 중 하나다. 최근 심장수술을 받은 그는 당초 계획했던 뉴욕 출간기념회도 참석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북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한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대사를 만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