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3일 아침 7시. 아침 식사 중 기침을 한 순간,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씻고 다시 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오른쪽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출근하려던 아들이 운전하여 서둘러 알파레타의 안과 병원으로 향했다. 정밀 검사를 마친 의사는 내 동공 사진을 보여주었다. 눈은 맑았지만, 오른쪽 눈에는 검은 점이 있었다.
“눈 중풍(eye stroke)입니다. (정식 명칭은 Central Retinal Artery Occlusion) 뇌졸중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눈 질환이지요.” 의사는 설명했다. “시력을 회복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완전한 회복은 어렵습니다. 어는 정도 호전될 수는 있습니다.” “그럼 한쪽 눈은 영원히 실명한 채로 남게 되는 건가요?”
그는 어느 정도 회복 가능성은 있지만, 병의 원인을 찾아 더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우리는 가까운 에모리 병원으로 옮겨 혈압, 혈액 검사, 안과 검사 등을 받았다. 검사를 받으며 나는 달라진 내 몸을 실감했다. 출근을 포기한 아들은 뉴저지에 있는 큰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고, 두 아들이 의논 끝에 안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에모리대학 병원으로 나를 옮겼다.
MRI, 초음파, 안과 정밀 검사 등을 받았다. 눈이 회복될 수 있을지 여러 의사에게 물었지만, 모두 첫 의사와 같은 말을 했다. “어느 정도 회복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시력 회복은 어렵습니다.” 동맥 핏줄 속 콜레스테롤 조각이 눈으로 가는 실핏줄을 막아서 생긴 병이라고 했다. 아스피린과 콜레스테롤 녹이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날 밤, 병실 침대에서 밤을 보냈다. 병원 입원은 생전 처음이었다. 한쪽 눈이 실명한 나의 삶을 상상해보았다. 골프, 피클볼, 탁구… 내가 즐기던 운동도 더 이상 못할 것이고, 무엇보다 운전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내 일상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한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타자를 쳐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못 하게 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할까,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마치 내 인생의 무대에 막이 내리고, 어둠이 덮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음식, 운동, 마음가짐에 신경 쓰며 살아왔지만, 눈 중풍은 내 부족과 불완전의 증거였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아직 한쪽 눈이 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나이에 다른 신체 기능이 정상이란 것도 감사한 일이다. 문득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 중 기억에 남은 일부가 떠올랐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위로 받기보단 위로하고, 이해 받기보다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게 하소서.”
마음속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 이웃을 사랑하려면 구체적으로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관심을 갖고, 편안하게 해주며,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하는 것. 자주 어울리고, 미래를 함께 꿈꾸고, 작은 도움이라도 준비하는 것. 그렇게 노력하고 싶었다.
운전을 못 하는 늙은 엄마에게 아들이 우버를 마련해서 한 달 써봤더니 500달러가 나왔고, 짜장면을 먹으러 우버를 타기엔 부담스러워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노치원에 일주일 두 번 다니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주저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우버 대신, 다시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쪽 눈이 불편한 친구가 여전히 운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체육관에 나를 태우고 운전하는 아내가 그렇게 고맙고 장할 수가 없었다. 돌아올 땐 내가 운전해봤다. 할 만했다. 혼자 마켓에 들러 신문을 가져왔을 땐 마치 처음 운전을 배웠을 때처럼 기뻤다. 와, 나도 아직 운전을 할 수 있구나!
자동운전 차량으로 체육관에 데려다 준 친구가 새삼 고맙고, 자동운전 차량은 마치 나에게 딱
맞는 맞춤형 자동차 같았다. 인터넷에서 찾은 독서 확대경도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볼 수 있었고, 일기를 컴퓨터로 천천히 쓸 수 있었다.
한 눈을 실명한 직후, 인생에 장막이 내린 어둠 속에서 나는 외부가 아닌 내면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멀쩡했을 땐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책을 읽을 수 있는 눈,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 아침에 일어나 옷을 내가 찾아 입을 수 있는 일상, 건강하게 옆에 있고 운전도 하는 아내, 의지할 수 있는 아들들… 그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은혜요 감사로 보였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일상의 평범한 일들이 은혜로 변했다. 범사에 감사가 실제로 느껴졌다. 웃으며,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삶이 나를 격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