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그냥 보험회사에 전화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며칠 전 ‘클레임 차’ 씨가 사고를 당하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차로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에 부딪혔는데,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상대방 연락처만 얼른 받고 헤어진 후에야, ‘내가 뭘 빠뜨린 건 없나?’ 걱정이 되셨단다.
이런 예가 생각보다 많다. 평소엔 ‘사고 나면 침착하게 처리해야지’ 하다가도, 막상 부딪히는 순간엔 당황하고 머리가 하얘진다. 그래서 평소에 사고 후 처리 절차를 머릿속에 한 번쯤 정리해 두는 게 정말 중요하다.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사람부터 살피는 것이다. 본인이나 동승자가 다쳤는지, 상대방은 괜찮은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누군가 다쳤다면 즉시 911에 전화해서 경찰과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당황해서 “괜찮아요”만 반복하다가, 나중에 병원비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프다.
다음은 현장 사진이다. 차를 움직이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차량 파손 부위, 사고 위치, 상대방 차량 번호판, 상대방 운전면허증과 보험카드 등을 촬영해 두는 게 좋다. 특히 사고 위치와 차량 위치가 정확히 찍힌 사진은 나중에 과실 여부를 따질 때 큰 도움이 된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클레임 차’ 씨도 현장에서 사진을 몇 장 찍긴 하셨는데, 상대방 차량 번호판이 흐릿하게 찍혀 있고, 상대방 면허증 사진은 아예 못 받으셨다. 당시엔 그냥 “이따 보험회사 통해 다 처리되겠지” 했는데, 막상 상대방과 연락이 안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그다음은 경찰 리포트 작성이다. 사고 규모가 작든 크든, 특히 과실 여부가 애매한 경우에는 경찰을 부르는 게 좋다. 상대방이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하면서 보험 처리 안 하겠다고 해도, 나중에 입장이 바뀌면 말 바꾸기가 너무 쉽다. 경찰 리포트는 중립적인 사고 기록이기 때문에, 클레임을 진행할 때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리고 나서야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한다. 보통 앱이나 웹사이트로도 접수가 가능하고, 전화로 사고 개요와 사진을 보내면 접수가 된다. 중요한 건, “내가 과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단정해서 말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만 전달하는 거다. “제가 박았어요”라고 먼저 자백(?)하지 말고, “신호에 따라 진입하는데 옆에서 차가 들어왔습니다”처럼 상황 중심으로 설명하는 게 좋다.
‘클레임 차’씨도 처음엔 “제가 부주의했나 봐요”라고 보험사에 얘기했다가, 나중에 상대방이 신호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처음 진술이 기록으로 남아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사고 후 첫 진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보험사에 사고 접수하면 **조정 담당자(Adjuster)**가 배정된다. 이 사람이 현장 상황을 분석하고, 수리비를 계산하고, 과실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사진, 경찰 리포트, 상대방 정보 등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어야 유리하다. 아무 자료도 없고 말로만 설명하면, 내 입장만 반영되기 어렵다.
수리비 견적은 보험사에서 지정한 정비소에서 받게 되는데, 보통 몇 군데 비교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수리비가 보험 한도 내라면 전액 보상되지만, Deductible이 있다면 일정 금액은 본인이 내야 한다.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부분이 Rental Car다. 내 차가 수리 중일 때 렌터카가 필요한 경우, 내 보험에 렌터카 옵션이 있어야 보장이 된다. 상대방 과실이라 해도, 상대 보험사 처리가 늦어지면 내 보험에서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구상 청구하게 되는데, 이때 내 보험에 렌터카 옵션이 없으면 본인이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고 후 병원 치료는 꼭 의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 안 가고 며칠 지나서 통증이 나타났을 때 보험 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응급실로 달려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단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남겨두는 것이 추후 보상에 도움이 된다.
‘클레임 차’ 씨도 이번 사고를 겪고 나서 “이제는 차 안에 보험 카드랑 사고 체크리스트를 따로 넣어두겠다”고 하셨다. “다 아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당하니까 진짜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셨다.
자동차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건, 사고 직후의 대응이 나중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평소에 절차를 한 번쯤 머릿속에 그려보고, 보험 옵션도 확인해 두면 훨씬 덜 당황하게 된다.
사고는 피할 수 없어도, 당황은 준비로 줄일 수 있다. ‘클레임 차’ 씨처럼, 사고 이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내 보험 내용 한 번쯤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린다.
▶문의: 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