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 안정감을 가장 크게 높이는 요소는 백만 달러 자산도, 고액 연봉도 아닌, 단 2000달러의 비상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회사 뱅가드가 최근 1만20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상자금, 소득, 자산 중 비상금 2000달러가 재정적 안정감을 가장 크게 끌어올리는 수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뱅가드는 응답자들의 답변을 토대로 재정적 안정감을 수치화해 변화를 집계했다. 재정적 안정감이란 생활비와 각종 의무를 충당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내며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중 비상금 2000달러는 재정적 안정감을 21%나 개선할 수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다른 항목인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18%)이나 연 소득 50만 달러(12%)가 재정적 안정감을 개선하는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 결과는 큰돈을 모으기보다, 예기치 못한 지출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긴급 상황의 평균 비용이 약 20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비상금이 있으면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자동차 수리비를 감당할 수 있는 안도감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파울로 코스타 뱅가드 행동경제학자는 CBS머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의 핵심은 비상금 마련의 중요성을 나타낸다”며 “단돈 2000달러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재정적 평안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은퇴연금은 중도 인출 시 세금과 벌금이 붙지만, 은행에 보관된 2000달러는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며 “이 때문에 실제로 2000달러의 가치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 결과, 긴급자금을 확보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매주 재정을 걱정하는 데 쓰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적었다.
다만, 저소득층이나 높은 물가에 시달리는 지역의 거주자, 또는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2000달러조차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의 10명 중 4명꼴인 약 37%는 400달러의 갑작스러운 지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담이 된다면 적은 금액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0달러라도 매주 저축을 시작하고, 월급에서 자동이체로 조금씩 떼어놓으면 긴급자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훈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