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공기단축·다단계 하도급 구조 탓 안전 뒷전
4~5단계 하도급 맡은 한인업체에 책임 돌리기 일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자동차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발생한 2건의 사망 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실태조사를 마쳤다.
지난 2023년 4월 빅토르 하비에르 감보아(34) 씨가 메타플랜트(HMGMA) 부지 내 합작공장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로 숨졌을 때 현대차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시공업체인 현대엔지니어링이 4~5단계에 이르는 도급망 속에서 또 처벌을 피한다면 산업재해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지난 3월과 5월 잇따라 발생한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OSHA 조사가 완료됐으며, 곧 보고서가 공개될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한인 유선복씨(45)는 지난 3월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에 치여 사망했다. 앨런 코왈스키씨(27)는 지난달 지게차에 실린 철근을 내리던 중 짐에 깔려 숨졌다. 두달 만에 비슷한 지게차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다.
무리한 공기단축과 비용 절감,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이 사망사고 배경으로 꼽히지만, 원청과 발주 업체가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OSHA는 사고 책임자로 협력업체인 비욘드 아이언 컨스트럭션사, 스틸 브라더스 디벨롭먼트사, SBY 아메리카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현지 한인 건설업체다.
AJC는 “현대차는 2023년 감보아 사망 후 규제 당국의 처벌을 피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크게 모면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OSHA는 당시 건설 도급사 이스턴 컨스트럭터스에만 16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뒤 ‘중대 위반 행위 사업장 관리감독 프로그램'(SVEP) 대상에 올렸다. 현대차는 이후 해당 업체를 현장에서 퇴출시켰다.
사바나 현대차 건설현장 노동자는 2000~8000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공사 책임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이 4~5차례 하청을 맡기는 과정에서 고용된 파견업체 인부들이다. 아프신 푸르목타리안 보스턴 웬트워스 공과대학 교수(경영학)는 “현대차 부지에서 발생한 3건의 사망 사고는 흔히 교육받는 안전 규정을 통해 예방 가능했다”며 “수십개의 하청업체와 계약한다는 것이 사고의 변명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