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YMCA에서 미해군 특수부대(Navy SEAL) 출신인 마크가 가르치는 전신 저항 운동 TRX(Total Resistance Exercise) 을 3년 전부터 했다. 이것은 하나의 축을 둔 두 가닥의 줄을 이용하는 운동으로 근력과 유연성, 코어, 밸런스 등 체력단련 목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원래 이 운동은 해군 특수부대원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우리를 훈련병으로 간주하는 마크 덕분에 재미가 부가된 운동이다.
해군 특수부대 요원은 해상, 공중, 지상 어느 곳에서나 활동할 수 있는 전천후 육해공 특수대원이라 지원자들은 고난도 신체적 훈련을 6개월 받는데 버텨내는 훈련병들은 시작한 숫자의 불과 10퍼센트라 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운동은 특수부대 요원들이 하는 운동의 새 발의 피도 안되지만 그래도 노인들에게는 고난도라며 마크가 자주 용기를 부어준다. 그리고 하고 나면 나도 수십년 전의 젊은 기운을 잠시 되찾아 기쁘다.
매주 여러 번 함께 운동하며 가까워진 한 12명의 활동적인 노인, AOA (Active Older Adult) 그룹의 과반수는 나처럼 이민 1세들인데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한국, 인도, 필리핀, 헝가리, 폴란드, 캐나다,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카슈미르 등 이곳 남부 작은 도시에 세상이 모인 기분을 준다. 그리고 아내나 남편도 국적이 다양해서 틈틈이 다문화 정보를 많이 나눈다. 제각기 다른 관습과 이민 와서 익힌 미국의 문화를 공동으로 가진 사람들이라 융통성이 있다. 출신지가 다른 이민자들의 종교 역시 다양하다. 특히 모슬림 여인은 라마단 한달동안 해가 떠서 질때까지 금식에다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않고 매일 운동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마크의 클래스는 작은 세상으로 가끔 ‘It’s a Small World‘ 노래가 우리들 사이로 흐르는 착각이 든다. 간혹 운동하는 횟수를 카운터 할 적에 마크가 “모국어로 크게 카운터 하라”면 온갖 언어가 섞여서 이루는 화음에 까르르 웃음이 나오고 성경의 어떤 장면을 연상한다. 운동이 힘들어도 억척스럽게 낯선 문화권에서 주류사회에 적응한 것처럼 은근과 끈기로 버티며 웃을 여유를 가지니 지루하지 않다.
그동안 함께 나이 들며, 함께 운동하며, 서로 의지하고 각자의 스토리를 나누는 운동친구들과 이웃사촌으로 정이 들었다. 헝가리 이민자가 얼마전에 시민권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아무래도 시민권을 받아야 안전할 것 같아서 서류를 넣었다는 그녀가 미국시민이 된 다음날, 우리는 그녀를 둘러싸고 축하했다. 이제 투표할 수 있어 좋다며 누가 준 작은 성조기를 그녀는 꽉 잡았다. 그리고 젊었을 적에 미국에 불법체류 했다가 캐나다로 추방당했던 체험이 있는 여자는 자신이 시민권을 받은 여정을 들려줬다.
이민자들만 아니라 이 클래스에는 팬타곤 처럼 육해공군 해병대 출신 퇴역군인들이 섞여 있다. 이민자이며 퇴역군인인 나와 공감대가 있어서 우리는 오늘의 국방부 상황에 반응한다. 그들은 신체적 훈련을 많이 받는 해병대나 육군, 해군 출신들은 당연하지만 허약한 공군출신인 내가 잘 견뎌내는 것을 재밌어 한다. 나는 나보다 몇 살 어린 육군 퇴역군인이 15명의 손자들과 9명의 증손자를 가진 자손부자인 것을 부러워한다.
얼마전, 그동안 환하게 웃으며 인사만 나누던 응급실 간호사였던 토박이 여자가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남편도 일본인이었다고 실토했다. 그녀의 남편은 몽고메리에서 근 50년을 응급실 의사로 일했다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환자 돌보기에 헌신하고 이곳에 사는 일본인들과 전혀 교류를 하지 않았다. 일본을 모르는 그들의 아이들은 일본성을 가진 완전한 남부인이다. 재밌게도 그녀의 손주들과 내 손주들의 나이가 같아서 우리는 여름방학에 내가 운영하는 ’할머니 캠프‘에 참여한 나의 손주들과 놀이친구로 맺었다.
운동친구들과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가족상황이나 다녀온 여행후기에 심지어 소소한 취미생활까지 나누며 사는 하루에 푸근함이 있다. 앨라배마 한 농부가 2년 전 80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달에 100불씩 지역 약국에 무명으로 기부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줬던, 일상에서 크리스찬의 가치관을 실천하는 크리스토퍼 운동 (Christopher Movement) 을 했던 농부의 따스한 선행에 우리도 다가가는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세상에서 운동하며 참 많은 것을 즐기고 참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