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은 매년 설날과 추석이면 붐빈다. 한국 고향의 가족과 친지에게 용돈이라도 송금하려는 한인들의 전통 덕분이다. 미국에서 고향으로 보내는 돈 몇 푼이 한국의 가족들에게는 반가운 소식과 생명줄이 된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송금액에까지 ‘송금세’(Remittance Tax)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가 의회에 제시한 ‘크고 아름다운 예산안’ (big, beautiful spending bill)에는 한인들에게 중요한 내용이 숨어 있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제외한 외국인 이민자의 해외 송금에 3.5%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미주 한인이 한국 친지에게 1000달러를 송금하면, 35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첫째,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송금세’가 한인 등 이민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의 헬렌 뎀스터(Helen Dempster) 정책연구원은 “송금은 단순한 돈의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과 책임, 그리고 희망의 전달”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가족이 보내주는 돈으로 고국의 가족들은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두라스는 국내총생산(GDP)의 26%, 과테말라는 20%, 엘살바도르는 24%가 송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서 받은 송금액은 총 76억5300만 달러이며, 이중 절반이 미국에서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 한인의 16%가 매년 1회 이상 한국으로 송금하고 있다는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송금세 도입 시 한국도 최대 연간 1억38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송금세는 단순히 세수 확보 차원을 넘어 이민자 체류신분을 적발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의 아리엘 소토(Ariel Ruiz Soto) 선임 정책 분석가는 “송금세가 도입되면 웨스턴유니온, 레미틀리 등 송금 기관들이 이용자의 체류 신분을 확인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민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반이민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송금세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 송금 경로 대신 불법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방법의 송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도 많은 한인들이 세무서 추적을 피하려고 많은 액수의 현금을 몸에 지니고 해외여행한다. 그러나 송금세가 도입되면, 이민자들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통해 대리 송금하거나, 현금을 직접 휴대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도 있다.
넷째, 트럼프 송금세는 일종의 ‘이중과세’다. 한인 등 이민자들은 이미 미국 내에서 소득세 등 다양한 세금을 납부한 후, 그렇게 모든 돈을 한국으로 보낸다. 그런 상황에서 송금세까지 내야 한다면 ‘이중과세’이다. 특히 멕시코 정부는 자국민의 송금이 자국 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행히 ‘송금세’가 포함된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예산안’은 아직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트럼프 송금세는 이민자를 차별하고, 가계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환율 압력까지 가중시켜 경제 안전성까지 위협하는 법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한인들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하는 법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한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안에는 목소리를 내어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