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칼럼] 자녀 명의로 차를 샀다고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차량을 구입하고, 명의와 보험을 모두 자녀 앞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많은 부모들은 차량과 보험이 자녀 명의로 되어 있으니 이제 부모 본인의 보험에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며 안심한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 제도는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운전 및 사용 실태가 명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은 서류상 정보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보험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차량을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예를 들어 차량이 자녀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고 보험도 자녀 명의로 가입했더라도, 차량 등록 주소가 부모 집으로 되어 있고, 차량 구입 비용이 부모의 카드에서 결제되었으며, 자녀는 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주말에만 집에 와서 운전하는 상황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생긴다. 이런 경우 보험사는 그 차량이 실질적으로 부모의 소유 및 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고의적인 정보 은폐나 보험료 절감을 위한 명의 변경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보험 가입 시 제공한 정보가 실제 사용 실태와 다를 경우, 단순한 보상 거절을 넘어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 처리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보험사는 이 상황을 보험사기(fraud)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추후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불이익이 따른다.

보험료 측면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자녀 명의로 보험을 가입하면, 특히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렴한 이유는 대부분 기본적인 책임보험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품은 차량 파손이나 도난,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장하지 않으며, 상대 차량에 대한 보상 한도 역시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리비나 법적 책임에서 막대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자녀가 처음으로 보험을 가입할 경우 보험 이력이 부족해 보험료가 다소 낮게 책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초기 가입 시의 착시효과일 수 있으며,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보장 범위와 보상 한도는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보험료나 차량 유지비용을 계속 지원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차량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일부 주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거나,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조항이 존재한다.

이처럼 차량과 보험의 명의만 자녀 앞으로 돌렸다고 해서 부모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용 실태, 재정 지원 여부, 등록 주소, 보험료 납부자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보험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차량이 부모 집에 주차되어 있고, 부모가 가끔 해당 차량을 운전하거나 자녀가 차량을 학교 외 시간에 집에서 주로 운전하는 상황이라면, 보험사는 이를 가족 전체가 공동 사용하는 차량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핵심은 차량 명의나 보험 가입자 명의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의 거주지, 운전 습관, 차량 유지 주체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 보험 가입 전에 이 요소들을 명확히 정리하고, 현재의 생활 방식과 일치하도록 등록 정보와 보험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자녀 명의 보험을 선택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며 차량을 필요로 하는 경우, 부모가 도와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보험상의 문제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등록 주소는 자녀의 실제 거주지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보험 가입 시 차량의 실질적인 사용 위치와 운전자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또한 종합(comprehensive) 및 충돌(collision) 보장 같은 추가 커버리지를 포함시키는 것도 사고 시 재정적 손실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보험은 단순히 ‘명의만 바꾸면 끝’인 문제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자녀 명의 차량과 보험을 계획하고 있다면, 보험사에 직접 상담을 요청하거나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최적의 조건을 갖춘 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사고 발생 시에도 보험으로부터 안정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으며, 불필요한 분쟁이나 책임 전가를 피할 수 있다.

▶문의=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