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 독립적 관리·운영 바람직…애틀랜타 빛낸 한인동상 세우는게 맞는 것 아닌가”
2년간의 총영사 임기를 끝으로 32년간의 외교관 인생을 마무리하는 서상표 애틀랜타 총영사는 동남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누구보다도 한인 커뮤니티에 깊이 몸담았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잡음도 커졌다. 퇴임을 앞두고 애틀랜타한인사회에 남기는 서 총영사의 조언과 바람을 들어봤다.
-외교관 경력 32년 중 가장 큰 변화는.
“한국 국력이 신장한 것을 느꼈다. 외교관은 국력의 혜택을 받아가면서 산다. 내 선배들은 원조를 달라고 하는 입장이었는데, 나의 세대는 원조를 주는 외교를 했다. 이런 입장에서 우리 처우와 보람이 달랐다. 한인 커뮤니티가 커지면 주재국 정부나 경제인들도 무시하지 못한다. 1990년대 외교관 연수차 애틀랜타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인사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예를 들자면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이 들어섰을 때 현대차하고 내가 아무 관계가 없지만, 현대차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지난 2년간 우리 동포기업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며 상당히 놀랐다. 동포 기업이 중심이 돼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지켜본 소감은.
“부임하기 전 ‘애틀랜타의 장점은 한인사회가 분열되지 않는 것’이라고 듣고 왔는데, 내가 온 후 분열되기 시작해서 의아했다. 사실 분열은 동포사회가 커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인회에는 ‘한인회관’이라는 좀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인회장이나 한인회를 떠나서 한인회관은 독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장을 누가 하든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어야 회관을 잘 관리하고 운영해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처음 왔을 때 들었던 ‘미국에서 유일하게 분열하지 않은 한인사회’라는 타이틀이 옛말이 되어 안타깝다. 한인회는 기본적으로 봉사단체라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또 회관에 세우는 동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 ‘애틀랜타를 빛낸 한인’을 동상으로 세우는 게 맞지 않겠는가?”
“진짜 힘 있는 한인사회 되려면 한·미 정치인들 연결하는 역할과 파워 필요”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틀랜타는 ‘신흥 부자’라고 생각한다. 신흥 부자의 특징이 문화와 학술이 없고 정치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있는데, 진짜 힘 있는 한인사회가 되려면 미국과 한국의 정치인을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국의 유망한 정치인이 애틀랜타로 와서 미국 정치인과 교류하는 장이 부족하다. 외교부 공무원이 정책 연수할 곳도 애틀랜타에는 없다. 조지아텍, 에모리대 등 대학과 연계해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봤으면 한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통해 키운 정치력을 발판으로 커넥션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정치력만 키우면 LA, 뉴욕 부럽지 않게 애틀랜타도 커질 수 있다.”
-애틀랜타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어떠한가.
“우리 문화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문화원의 역할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문화원의 교육과 홍보 대상이 미국인이 아니라, 한인 2·3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애틀랜타 지역에는 이미 여러 단체가 우리 문화를 잘 알리고 있어서,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문화원을) 개설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한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과 더불어 미국인들에게 한국 관광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역할도 있다. 문화원이 한국에 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영사관 민원 업무에 개선할 점이 있는지.
“팬데믹 때 중단했던 한인회관 순회영사 업무를 재개해서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있는 영사관 접근성 문제는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민원 업무는 예약제로 진행하지만,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워크인도 다 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인 인구 증가에 대응해 영사관 예산을 최소 50% 이상 늘려야 한다. 민원 업무뿐 아니라, 한국 국적자들의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영사의 경우 혼자서 일하는데 정말 바쁘다. 인력이 부족하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