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2001년 1월 일기를 읽어 보았다. 그 날짜부터는 컴퓨터로 일기를 썼고 그 전에는 종이 노트북에 일기를 썼다. 2001년 1월 9일 일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버트 슐러 목사의 크리스털 처치 웹페이지를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스트 인사 들과의 다양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그 중,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수류탄 폭발로 잃은 한 남성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전쟁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은 그는 한때 자살을 시도하고 인생을 포기했지만, 결국 재기하여 조지아주 상원의원, 미 재향 군인회 장관,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자신의 재생 과정을 담은 책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의 이름은 맥스 클리랜드(Max Cleland). 그는 월남전에서 자기 앞에 떨어진 수류탄이 터져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었고, 이후 31년간 장애와 자기비난 속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상처를 별로 바꿔냈다.” (He turned his scars into stars.)
그는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유래된 “세상은 모든 사람들을 부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부러진 자리에서 더 강해진다”(The world breaks everyone and afterward many are strong at the broken places)라는 말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삶 속에서 가능성을 찾고 몰두하기 시작했다. 클리랜드의 책은 자신이 불구의 몸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다.
오늘 아침에는 NBC 방송에서 또 다른 인물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루스(Ruth). 델라웨어 주지사로 당선돼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녀는 32세에 세 아이를 둔 싱글맘이 되었다. 고등학교 중퇴자였다. 생활을 위해 일을 찾다가 주지사 사무실의 리셉셔니스트가 되었다. 일을 하며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GED)를 보고, 대학 강의를 수강했다. 이후 주 의원을 거쳐 결국 주지사가 되었다. 한 때 주지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였던 그녀가 주지사가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리셉셔니스트 시절 주지사가 될 생각을 했었냐는 질문에 “그때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보상은 따라온다.” 그녀는 짧은 인터뷰 동안, 끝까지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과 처음엔 이루어지지 않을 듯한 꿈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조금만 눈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나보다 더 불행했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훨씬 더 훌륭한 일들을 이루며 우뚝 선 것을 볼 수 있다. 맥스 클리랜드가 팔 다리를 잃지 않았다면, 루스가 싱글 맘으로 세 아이를 키워야 하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그들 속에 잠들어 있던 잠재력이 깨어날 기회가 없이 평범하게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많은 쥐들을 실험했다. 쥐들에게 가벼운 전기 충격을 주었다. 우연히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쥐들이 그렇지 못한 쥐들보다 암세포를 이겨낼 확률이 더 높았다. 연단을 이기는 자에게 더 큰 성취가 이루어 진다는 사실을 쥐들을 통해서 증명했다.
24년 전의 일기를 우연히 읽어 보며 지금 나의 상처의 자리를 생각한다. 한쪽 눈에 병이 생겼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려 노력했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긍정 적으로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했는데도 한 쪽 눈 스트로크가 왔다. 그런 노력 때문에 눈병이 온 것이 아니라, 그런 노력이 나를 도왔지만 완전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눈 병에 걸렸다. 우리가 완전할 수 있을까. 완전한 노력을 한다고 해도 늙음과 죽음은 피할 수 있을까.
나는 90을 바라보는 노인이고, 거기다 한쪽 눈에 병이 생겼다. 나의 상처의 자리도 노력의 연단을 통해서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포기했던 일들을 이기회에 다시 시작해 볼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