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66·한국명 강용미)이 프랑스 남자프로축구 올랭피크 리옹의 새 회장으로 부임했다.
리옹의 지주회사인 이글풋볼그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셸 강이 리옹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 리옹은 2001~2002시즌부터 7시즌 연속 프랑스 리그1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다. 하지만 DNCG(프랑스축구재정감독기관) 감사 결과, 재정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다음 시즌 리그2(2부리그) 강등 조치를 당했다. 미국인 사업가 존 텍스터 회장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였다.
텍스터 회장이 사임하면서, 강 회장이 리옹의 수장을 맡아 강등 징계에 대한 항소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총 부채 7860억원 중 최소 2790억원을 갚아야 1부리그 잔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국회의원(11대, 13대)의 딸이다. 서강대 재학 중이던 1981년 미국 유학을 떠나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예일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에서 공공부문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 코그노산트를 창업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 추산 12억 달러(1조6275억원)의 재산을 모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강 회장은 198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 맞서 민주화 물결이 일자 “결혼 자금을 모으는 것보다 대학 학비를 내는 게 낫다”고 부모를 설득했다고 한다.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누군지 조차 몰랐던 강 회장은 2019년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만나며 축구계에 뛰어들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이민자 출신으로서, 여성과 가난한 이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2022년 미국여자축구리그(NWSL) 워싱턴 스피릿 인수를 필두로, 잉글랜드 여자챔피언십(2부) 런던시티 라이어니스,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의 구단주를 맡았다. 지난해 여자축구 프로화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글로벌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도 설립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축구협회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에 5년간 3000만 달러(약 406억원)를 기부하는 등 지금까지 최소 2억 달러(2700억원)를 축구계에 투자해, ‘여자축구 만수르’로 불린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시티 구단주인 셰이크 만수르 빈자이드 알나얀(55) 아랍에미리트 부통령에 빗댄 별명이다. 이번에 리옹 CEO로 부임하며 남자 축구계에도 뛰어들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