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단지 주름이 늘고 흰 머리가 생기는 변화만은 아니다. 젊을 땐 몰랐던 여유와 자유를 느끼게 되고, 그 나이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생긴다. 미국에서는 60대 중반에 접어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두 가지 중요한 제도가 있다. 바로 소셜시큐리티 연금과 메디케어 건강보험이다. 이 두 제도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지만, 각각의 자격 요건과 신청 방식, 혜택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곤 한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일한 만큼, 세금 낸 만큼 혜택을 받는 구조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크레딧’이다. 한 해 최대 4점을 쌓을 수 있고, 40점을 채워야 은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일하면 이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이 연금은 빠르면 62세부터 신청할 수 있지만, 정해진 정년(Full Retirement Age)이 되어야 100%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960년생 이후는 정년이 67세이고, 그보다 빨리 신청하면 일부 감액되어 받으며, 반대로 70세까지 신청을 미루면 매년 일정 비율로 수령 금액이 올라간다.
많은 이들이 소셜시큐리티 제도를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주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메디케어도 그와 함께 운영되는 또 하나의 축이다. 메디케어는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65세가 되면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프로그램이다. 이 역시 평생 일하며 납부한 세금에 기반을 두고 운영된다. 우리가 흔히 급여에서 떼는 ‘FICA’ 세금은 소셜시큐리티 세금 6.2%와 메디케어 세금 1.45%로 나뉘며, 이 두 기금이 각각의 제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이 금액을 고스란히 두 배로 납부한다.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는 같은 세금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자격 요건과 혜택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반드시 40점의 크레딧을 채워야 받을 수 있고, 나이도 62세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메디케어는 65세가 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단, 메디케어의 일부인 병원보험(파트 A)은 40점의 크레딧이 있는 경우에만 보험료 없이 제공되며, 점수가 부족할 경우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한다. 2025년 기준으로는 최고 518달러까지 부담할 수 있다.
메디케어의 또 다른 기본 구성 요소인 외래진료보험(파트 B)은 모든 가입자가 월 보험료를 납부한다. 소득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며, 2025년 기준으로는 185달러부터 시작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이 내야 한다. 약 보험(파트 D)도 따로 가입해야 하며, 이 역시 소득과 플랜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메디케어는 ‘언제 가입하느냐’에 따라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65세 생일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씩 총 7개월 동안 메디케어에 처음 등록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진다. 이 시기를 놓치면 가입 자체가 제한되거나 벌금이 평생 따라붙는다. 특히 파트 B와 파트 D는 늦게 가입하면 보험료에 벌금이 추가되어,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도 더 큰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이미 신청한 사람은 메디케어 보험료가 연금 수령액에서 자동 공제되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연금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매달 직접 납부하거나 자동이체를 등록해야 한다. 이 점을 놓쳐 보험이 중단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소셜시큐리티 크레딧이 40점에서 부족한 분들도 메디케어에 가입할 수는 있다. 단, 메디케어 파트 A에 대한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고, 자격 요건으로는 최소한 65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한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여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 크레딧 40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배우자도 일정 조건하에 공짜로 파트 A를 받을 수 있다.
메디케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시점(65세)에 적용되지만,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수령 시기가 달라진다. 소셜시큐리티는 일찍 받으면 감액, 늦게 받으면 인상되는 구조인 반면, 메디케어는 늦게 받으면 벌금이라는 ‘벌칙’이 따라오는 제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건강보험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제때 참여해야 운영할 수 있으므로, 이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결국 두 제도는 연결되어 있지만, 각각의 규칙을 따로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를 앞둔 분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시기’와 ‘조건’을 잘못 이해해 가입을 놓치는 것이다. 소셜시큐리티 연금과 메디케어는 우리 삶의 황혼기에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는 제도이므로, 준비와 이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얼마나 크레딧을 쌓았는지, 메디케어 신청 시기가 언제인지, 보험료 부담은 어떻게 되는지를 점검해 보자. 소셜시큐리티국(SSA.gov)에서 계정을 만들고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는 것부터가 그 첫걸음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적절한 시기에 정확하게 준비하면, 나이 드는 것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든든한 여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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