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지진 1000회 “서 있기도 힘들어”
기상청 “대지진과 특별한 연관성 없어”
일본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 지난달 21일 이후 관측된 소규모 지진이 1000회를 넘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13분쯤 도카라 열도의 섬인 아쿠세키지마(惡石島)에서 규모 5.5, 진원 깊이 20㎞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쓰나미(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아쿠세키지마에선 진도 6약(弱)의 강한 흔들림이 감지됐다. 이는 “서 있기도 어려운 수준으로, 벽타일이나 창유리가 파손되고 책장이 넘어질 수 있는 정도”라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도카라 열도에선 6월 21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이곳에서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1050회로 집계됐다. 진도 6약 수준의 흔들림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일에도 최대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해 진도 5약의 흔들림이 감지된 바 있다. 2021년 12월과 2023년 9월에도 각각 308회와 346회의 군발(群発) 지진이 발생했다. 군발지진은 좁은 지역에서 다발하는 지진을 뜻한다.
기상청은 “지진이 언제 끝날지 명확하지 않다”며 “당분간은 강한 지진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임시 기자회견을 열고 “인적·물적 피해에 관해 확인 중”이라며 “인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구조·구호 등 긴급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로부터 피해 파악과 주민 보호, 정확한 정보 제공 등 세 가지 대응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진 발생 당시 이시바 총리는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마친 직후였으며, 관저에는 즉시 재난 담당 관료들이 집결했다. 이미 설치한 가고시마 지진 관련 정보 연락실을 ‘관저 대책실’로 변경하기도 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복수의 단층 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요코세 히사요시 구마모토대 교수는 “기존에는 2개의 단층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3개의 단층이 얽혀 지진이 잦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지진과 관련해 대규모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일본과 홍콩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만화가 다쓰키 료의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을 근거로 “7월 5일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 여파로 5월 한 달간 일본을 찾은 홍콩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주요국 중 일본 방문객 수가 유일하게 줄어든 사례다. 홍콩 저가항공사인 그레이터베이항공은 대지진설 영향으로 9월부터 돗토리현 요나고와 도쿠시마현 도쿠시마로 향하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본 기상청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도카라 열도의 지진과 향후 30년 이내 발생 확률이 80%로 추정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