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가총액이 ‘4조 달러(약 5488조원) 벽’을 뚫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상장사 중 처음이다. 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가 장중 전날보다 2.5% 올라 164.42달러를 기록하면서 이정표를 새로 세웠다. 지난해 6월 초 3조 달러 시대를 연 지 약 14개월 만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에만 20% 이상 뛰었고, 2023년 초 이후로 1000% 이상 급등했다.
시총 4조 달러의 벽은 상당히 높다. 10일 기준 한국 시총 1위인 삼성전자(약 362조원)를 15개를 합쳐 놓은 가치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 국내총생산(GDP)도 넘어선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세계 경제 규모 6위인 영국의 GDP가 3조8391억 달러다. 현재 엔비디아 시총은 사실상 세계 경제 규모 5위인 일본(4조1864억 달러)에 근접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고공행진한 것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칩) 투자를 예고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잭스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매니저는 “AI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하는 데 엔비디아 반도체가 필수 조건이다. 관련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에선 장밋빛 전망을 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의 90%가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 매수’ 의견(보고서)을 내놨고, 향후 12개월간 평균 목표 주가도 현재보다 6% 이상 상향 조정했다.
엔비디아 주가 랠리에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몸값도 들썩였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미 동부시간으로 9일 한때 11만2055.11달러까지 치솟았다. 11만200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투자하면 암호화폐도 함께 랠리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5시 30분엔 11만130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