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그루의 나무와 이파리의 색감으로
네모난 평면을 흘려 채우는 세 제곱의 창문 밖
하루에 붙박힌 그는 그 날도 날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 펄럭이며 펄럭이며
바람에 매달린 주소지에 둥지를 틀 일인가
힘들게 날지 않아도 먹고는 산다는데
충분히 날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거나
한 번도 날아 보지 않은 것 사이에서
날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평생을 망설인다는데
날아라 날아라 자꾸 부추기면 어쩌려느냐
날지 않는다고 날개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마을엔 윙 카페가 한창 바쁘고
생맥주 한 잔에 어깻죽지에 깃털을 달고
천정까지 푸드득거리다가 곤두박질
하느님 맙소사
끼니는 때워야 하니까 차 끌고 장보러 마트에 가면
나는 놈 위에 뛰는 놈 그 위에 망가진 놈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놈 밑에 늙어빠진 재고박스
앉은 건지 선 건지 애매한 놈 옆에 또 그런 놈
날개와 날개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꽁치통조림통
입맛을 위해 뚜껑을 열고 거짓부렁으로 날아야 하나
내려다 볼 것도 올려다 볼 것도 없는 납작한 시력으로
그냥저냥 산다는 것 그 쯤에서 또 망설이다
헛다리로 냅다 뛰면서 날개를 풀썩거리는 주책 부리기
두 다리가 꼬이면서 비척비척 어깨춤마냥
떡 본 김에 얼씨구나
지나던 허름한 세월이 안을 들여다보며 혀를 끌끌 찬다
다 알아 다 알아 날 수 없어서 날지 못 한다는 걸
날지 못해서 날지 않는 다는 걸 너만 빼고 다 알아
그는 여느 때처럼 온종일 방구석에 앉아
속는 줄도 모르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 시인약력
1944년생. 서울고, 연세대 졸업. 1997년 ‘시문학’으로 등단. 애틀랜타 한돌문학회, 애틀랜타 한국문인회 회장을 역임. 시집 ‘Twin Lakes’(2018년),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023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