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추방 건수는 1만8000명으로 적어, 시설 과밀화
이민당국 “무연고 국가로 이민자 즉각 추방하라” 지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달 전국에서 불법체류자 약 3만명을 체포하며 최근 5년래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실제 추방은 1만8000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NBC방송은 입수한 ICE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달 ICE가 약 3만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0년 11월부터 월별 체포 데이터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그러나 6월에 실제로 추방된 이민자 수는 약 1만8000명으로, 체포자 수에 비해선 절반 수준이다.
5월에도 ICE는 체포보다 추방을 훨씬 덜 집행했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약 2만 4000명을 체포했고, 1만5000명을 추방했다.
최근 ICE의 추방 건수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보다도 적은 수치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였던 2013년 월평균추방건수는 3만6000건으로, 이와 비교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2월 이후 월평균 추방 건수(1만47000건)는 훨씬 적다.
체포 건수는 급증하는데 추방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ICE 시설의 과밀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ICE 구금시설에 수용된 이들은 시설 내 위생과 의료 서비스, 식량 부족, 침구 및 세탁시설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민 당국이 중범죄자가 아닌 일반 이민자를 마구잡이로 체포한 탓에 추방은 그에 못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ICE는 추방 대상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무연고 국가로 즉시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내부 공문으로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토드 라이언스 ICE 국장 대행은 내부 공문에서 지난달 연방대법원 결정을 근거로 대면서 이민단속 직원들이 추방 대상 이민자를 무연고 국가로 즉시 추방할 수 있고, 반드시 박해·고문 금지 등을 외교적으로 다짐한 국가일 필요도 없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정부가 이민자를 추방할 때는 대개 이민자의 모국으로 보내왔으며 무연고 국가로 추방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연고 국가 추방 방침을 세우고 미국 연방대법원도 이를 저지하지 않으면서 방침 실행이 가능해졌다.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수단, 멕시코 등 6개국 출신 이민자 8명을 남수단의 분쟁지역으로 추방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