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동경해 왔던 북유럽 몇 개 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독일, 폴란드, 그리고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었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북유럽의 모습과 현실적인 측면의 간극을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북유럽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최고의 복지 국가라는 개념이 있었고,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실망감이 좀 있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쌌고, 가솔린도 갤론 당 6달러가 넘었다. 그리고, 바람도 꽤 많은 편이라 다니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그네들은 1년 중 6, 7, 8 월 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여름을 제외한 다른 달들은 실외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했다. 관광객들도 여름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호텔이나 식당등 가격이 매우 비싸지고, 경제가 여름에만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또한 여름에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서 극심한 백야현상으로 밤 시간이 짧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기 어려워 보였다.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와, 극야현상으로, 밤만 계속되는 듯하다가 낮에 몇 시간 동안만 환해지고, 다시 어두워져서, 옥외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했다. 특히 불편했던 점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화장실 사용이 유료라는 사실이었다. 50센트에서 1유로까지 요금을 받는데, 한 번에 수백 명이 몰리는 유명한 관광지에 유로 화장실하나가 있었는데 그것도 고장 나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복지 국가라고 하는데 ‘무상 복지’의 이면에 감춰진 가장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의 허점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 3국 나라들에서 독립 전 부모 세대는 무상 교육, 무료 주택 등 국가 복지 속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은 보장받았기 때문에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반면, 독립 후의 자녀세대는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신의 힘으로 직업을 구하고 생계를 꾸리는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민주주의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여행하면서 영어를 사용하며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호텔이나 식당 혹은 거리에서도 언어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현지 언어라도 구글에서 제공하는 번역 앱은 실시간으로 현지어를 번역해서 들을 수도 있고 현지 언어로 되어있는 식당메뉴도 한국어로 번역이 되고, 구글 지도로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었고, 구글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모른다. 하나의 혁신적인 IT 기업이 낯선 여행지에서 이렇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다니 참 놀라웠다. 또한 우버는 어디에서나 호출할 수 있어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길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불안할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곳곳에 스타벅스, 버거킹, 맥도널드, KFC 같은 기업들이 유럽 곳곳에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편하기도 했다.
이번 북유럽 여행 경험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의 이상적인 이면에 현실적인 측면을 잘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높은 복지 수준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적응하기 쉽지 않은 기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느껴지는 기술혁신 속도 등 매력이 절감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시에 미국 IT 기업들의 서비스가 유럽 어디서나 큰 편의를 제공하며 현실적 삶에 깊숙 파고들어 있다는 점도 확실하게 느끼수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메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부분 15년에서 30년 전쯤에 생긴 혁신 기업들이며, 전 세계에서 영업을 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딱히 유럽은 금방 떠오르는 기업이 없었다. 유럽의 기술 공백도 눈에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시가총액 상위권의 유럽 기업들은 독일의 SAP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와 루이뷔통, 에르메스 그리고 네슬레 같은 기업들이 있긴 하지만 SAP제외하면 대부분 AI 4차 산업 혁신과는 거리가 먼 오래된 전통 기업들이다.
미국이 AI가 주도하는 미래 산업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유럽은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이나 위기의식조차 부족해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의 경제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보였다. 여행에서 돌아와 애틀랜타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북유럽은 인간의 사회적 안정망 설계하는데 귀중한 교훈을 남겼지만,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질은 기후, 자연환경,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룰 때 삶의 질이 더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물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편리한 한인타운, 비교적 온화한 기후, 계절적 제약 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행복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