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온라인 공동구매, 식료품 선 구매 이어져
일부 제품 가격 이미 올라, 소비자 물가에 뚜렷한 반영
#. 뉴욕에 거주하는 30대 한인 이모 씨는 지인들과 한국 화장품 온라인 주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미국 스킨케어 제품보다는 한국 화장품이 질도 좋고 저렴해 꾸준히 써 왔는데, 관세가 붙으면 훨씬 비싸지니까 그 전에 최대한 많이 사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해외 배송비를 아끼고, 대량 구매로 할인율도 높이기 위해 한인뿐 아니라 주변 타민족 친구들까지도 다같이 합세해 한국 화장품을 공동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뉴저지 한인 마트에서 한국 식료품을 자주 구매하는 김모 씨는 관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장을 한 번 보면 200달러는 우습게 쓰는데, 그렇다고 한식을 아예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관세가 부과되기 전 일단 오래 보관이 가능한 건미역이나 라면, 티백 등은 미리 사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일종의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해 오는 식자재를 포함해 화장품, 전자제품, 장난감 등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쇼핑하는 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한인들도 각종 한국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미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한 한인은 “추후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보내는 소포에까지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 옷가지와 신발 등 생필품을 평소보다 더 많이 구매했다”고 전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세를 보이며 관세 부담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고, 일부 제품 가격은 관세 영향을 선반영해 이미 오르면서 패닉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IT미디어씨넷(CNET)이 관세에 민감한 제품 11가지를 추려 살펴본 바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큰 인기를 끈 삼성전자의 보급형 4K TV(DU7200) 가격은 올해 초 398달러에서 최근 45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올해 초 500달러 수준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 게임 콘솔 엑스박스도 지난 5월 가격이 600달러로 올랐다. 대량 주문이 많은 스타벅스 원두커피(28온스) 역시 지난 2월 한 봉지에 9달러79센트를기록했지만, 현재14달러69센트까지 올랐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일제히 시행될 경우 실효 관세율은 20.6%에 달하게 된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스무트-홀리 관세법’ 당시보다 높은 수치로, 191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