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Law)이 마침내 상하원을 통과해 지난 7월 4일 서명됐다.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법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민자인 한인들에게는 불리한 내용이 많다. 특히 은퇴 한인, 저소득층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다.
먼저 메디케이드 수혜 한인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새 법은 메디케이드 역사상 최대 규모인 9000억 달러를 삭감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1180만명이 의료보험을 상실할 것이다.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사실상 오바마케어(ACA)의 일부 폐지에 해당한다고 평가한다. 오바마케어 수혜자들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고 근로활동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오바마케어 혜택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약 480만 명이 보험 자격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케어도 5000억 달러가 삭감되면서 예방 진료 프로그램이 축소된다.
이러한 삭감이 가져올 결과는 역설적이다. 예일대 법학대학원의 나타샤 사린 교수는 “예방 진료가 사라지면 만성질환이 악화돼 응급실로 몰리는 환자가 늘고 치료 단가는 수배로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연방 지출을 줄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치는 의료보험을 갖고 있지 않은 신규 이민자, 저소득 한인들에게 직격탕이 된다. 당장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추방될까 두려워하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예산 법안 서명 이후 메디케이드, 오바마 케어를 자진 해지하고 병원 진료를 중단하겠다는 움직임이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확산되고 있다. 공포가 건강권을 침식하는 순간이다.
KFF 보건정책 부사장 래리 레빗(Larry Levitt)은 “의료 서비스 이용만으로 이민 절차에 불이익을 주는 조항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은 자신의 법적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정책의 실제 내용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효과가 더 강력함을 보여준다.
한인 유학생들도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됐다. 다양한 비자 신청 수수료가 인상됐으며, 대사관과 이민국 비자 심사도 강화된다. 또한 유학생들이 대학 졸업후 갖는 STEM 전공자의 실습프로그램 연장자격도 축소될 전망이다.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유학생은 오바마케어 등 건강보험 보조금이나 주거 지원 등에서 배제될 수 있다. 미국이 추구해온 글로벌 인재 유치 전략에 역행하는 조치다.
기후 분야 예산도 대폭 축소돼, 조지아주의 현대, 한화 등 한국 기업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에 제공되던 연방 세액 공제는 전면 폐지됐으며, 기후 관측 예산도 삭감됐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국 전기자동차, 태양광, 배터리 업계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환경운동가 빌 맥키븐(Bill McKibben)은 “청정에너지가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임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이를 저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 예산안은 단기적 영향을 넘어 미국의 보건, 환경, 국가 재정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10년간 국가 재정 적자가 3조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단기적 절감이 장기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역설적 상황이 예고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탐대실‘ 해서는 안된다. 당장 약간의 예산 절감에 눈이멀어, 한인 등 이민자와 저소득층, 학생, 전기차 기업들이 곤란해지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진정한 국가 경쟁력은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한인들에게 큰 타격을 주는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에 대해 이제 한인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