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기아차공장 멕시코 직원들 ‘취업사기’ 집단 소송

작년 현대모비스 집단소송 내용과 판박이

조지아주 웨스트 포인트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일한 멕시코 출신 직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취업 사기’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인 인력공급 업체를 통해 채용된 이시드로 아렐라노라는 이름의 멕시코 근로자는 사무직 일자리를 약속받고 입사했으나 기아차 공장 조립라인에 투입돼 주당 60시간 이상 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해고돼 멕시코로 돌아갔다.

아렐라노는 “토레온 기술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때 기아 채용 담당자가 학교를 찾아왔었다”며 “미국 남부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갈 엔지니어를 구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단순 반복 작업자를 구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아렐라노를 포함, 9명의 멕시코 엔지니어들은 기아차와 현대 모비스를 상대로 공갈(racketeering) 혐의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두 사무직 또는 엔지니어 일자리를 약속받고 TN 비자를 받아 미국에 왔으나 자동차 조립라인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장에서 인력공급 업체가 자신들과 미국 국무부를 상대로 비자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인력공급 업체는 자신들에게 전문직종 비자인 TN 비자를 발급받도록 유도했으며, 허위로 꾸민 고용주 레터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기아가 저임금으로 엔지니어인 자신들을 채용하기 위해 과장된 채용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TN 비자는 미국 정부가 화이트칼라 이민자들에게 발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측은 혐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소송에서 제기된 모든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그같은 주장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또 “모든 협력업체들에게 이민법을 포함, 모은 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근로자들이 한국 자동차업계를 상대로 제기하는 집단소송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기아차에 앞서 지난해 11월 멕시코 출신 현대모비스 직원 100여명은 같은 이유로 애틀랜타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재판 결과에 따라 기아차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