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료는 상담과 약조절 필수
타인종 전문의 찾지만 겉돌기 십상
영어 안돼 한인 내과서 처방받기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해진 불안증세,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한인들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 애틀랜타 한인타운에는 한인 정신과 전문의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2024년판 중앙일보 한인업소록에 리스팅된 한인 의사 운영 병원은 총 199곳에 달한다. 이중 치과가 53개로 가장 많고, 심장·심혈관·위장·대장 등을 진료하는 내과도 32개다. 또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 클리닉은 25곳이 있다.
반면 외과는 5곳, 이비인후과는 3곳에 불과하며, 한인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은 단 한곳도 없다.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심리상담소는 귀넷 카운티 노크로스에 있는 라이스(R.I.C.E) 상담교육 연구소가 유일하다.
데이빗 김 라이스 대표는 “한인 커뮤니티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귀넷 카운티에 한인 정신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확인했다. 또한 애틀랜타 다운타운 인근 병원에 한인 전문의가 소수 존재하지만, 모두 한국어가 서툴러 효율적인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심성술 에모리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상담의 기본 모델은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두 가지를 병행해야 상호 보완적 효과를 볼 수 있고 보다 치료 경과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보다 한인사회 규모가 큰 로스앤젤레스(LA)나 뉴욕, 워싱턴DC 지역은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LA 중앙일보 한인업소록에는 한인 전문의가 운영하는 신경정신과 병원이 13군데 올라있다. 뉴욕 역시 뉴저지와 맨해튼, 퀸즈를 중심으로 한국어로 상담할 수 있는 정신과 병원이 20곳에 달한다.
정신과는 특성상 증상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의사의 진단이 환자의 구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의사와 환자간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환자 본인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역사문화적 맥락의 직간접적 영향을 파악하는 것도 치료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의사소통이 불편한 타민족 전문의에게서 받는 치료가 겉돌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영례 조지아 귀넷 칼리지 심리학 교수는 “다른 인종 의사에게서 상담을 받을때 소통의 문제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한계가 있다”며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는 전문의와의 상담은 문제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어가 서툰 한인들이 한인 내과의사를 찾아 처방을 받거나 온라인으로 타주 전문의와 상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LA 한인타운에서 정신과를 운영하는 김자성 원장은 “현행법상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타주의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가능해 먼 지역에서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면서 “다만, 비대면 치료시 보험 적용이 어렵다”고 한계를 밝혔다. LA의 이유진 정신과 원장 역시 “타주에서 오는 상담 문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방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자원·서비스국(HRSA)에 따르면, 조지아주 159개 카운티 중 150개 카운티에 정신과 전문의가 없다. 77개 카운티에는 풀타임 전문의가 없으며, 76개 카운티는 심리치료사조차 없다.
카운티별 격차만큼이나 인종 격차도 존재한다. 심리학 전문매체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조지아 내 흑인 정신과 전문의는 33명, 히스패닉계 전문의는 27명, 아시안 전문의는 21명이다.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보험회사 유나이티드헬스 네트워크에 소속된 정신과 병원에서 지원하는 언어는 영어(706곳), 스페인어(21곳), 힌디어(4곳) 순이며, 중국어와 일본어 진료가 가능한 곳은 각 1곳이다. 그러나 한국어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