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재외선거법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LA 지역 한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본지 5월 5일자 A-1면>하면서 재외선거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에서도 지난해 동일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를 앞두고 파견된 재외선거관이 한인 신문사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선거광고 게재간련 선거법 위반 조사를 벌였다. 이후 중앙선관위는 애틀랜타 재외선거관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따른 경고조치’ 서한을 발송했다.
이처럼 미주 등 해외 지역의 선거운동을 이처럼 지나치게 제약하다 보니 한국의 21대 대통령 재외선거(5월 20~25일)가 코 앞에 다가와도 한인 사회에서는 선거 참여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한인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재외국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마치 투표만 하라는 식의 현행 법은 큰 문제”라며 “재외 유권자도 폭넓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인사회 관계자는 “재외 유권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선거법을 개정해) 동포사회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정치권이 지난 2009년 2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재외선거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 국회는 재외선거제도를 도입한 뒤, 선거 과열 및 부정선거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해외 선거운동 방법을 대폭 제한했다. 즉, 해외에서의 선거운동은 한국에서 허용되는 선거운동과 달리 개인, 단체, 정당 모두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
일례로 재외국민 또는 해외 국적자 모두 대면 행사, 전단 배포, 신문 광고 등 선거운동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금지다. 또, 선거일 180일 전부터 해외에서 특정 정당이나 대선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하는 ‘종이 인쇄물’은 원천 금지(공직선거법 93조)하고 있다. 종이 인쇄물은 전단, 홍보지, 신문 광고 등이 모두 포함된다.
문제는 시민권자 등에 해당하는 해외 국적자에게까지 이러한 한국의 법 규정을 적용하고 있고, 다른 국가에서 현지 법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활동까지 문제 삼아 경고장을 발송하고, 입국 금지 조치까지 운운하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재외선거 관련 지지자 대면 모임 규제도 매우 구체적이다. 지지자 모임이나 단체는 자발적 지원자끼리 비공개 모임만 가능하다. 관련 행사를 외부에 알리거나 홍보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중앙선관위는 ‘특정 정당의 명칭,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 그 명칭과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표시한 현수막, 시설물, 인쇄물, 어깨띠, 표찰, 기타 표시물을 사용해 투표 참여를 권유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언론의 자유’까지 제한하고 있다.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재외국민이 현지 언론을 통한 지면 광고, 특정 후보자의 이름·사진·경력·정견을 고하는 행위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다. 정당별 재외선거 유권자를 위한 후보자 안내도 제약한다. 정당별 해외 언론 지면 광고, 대선 후보자의 해외 신문·잡지 기타의 광고도 불가능하다.
결국 재외선거 유권자에게는 사실상 깜깜이 선거운동 속에 지지 후보를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앙선관위 측도 재외국민은 ‘인터넷, 전화, 말’로 하는 선거운동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중앙선관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재외선거 운동을 허용하면 외국인의 선거 개입 가능성 등 무분별한 선거운동으로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재외선거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조처”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한국 정치권은 표심 이해득실로 선거법 개정 등 재외선거운동 허용에 소극적이다. 최근 대선이 박빙 승부로 결정 나는 상황에서 재외선거 등록 유권자 20만~25만 명 성향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어서다.
김형재·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