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안희숙 시] 오월의 편지

이 봄의 한가운데는 곡우라는 절기가 있어 생명이 움트는 단비가 내리고 비 끝엔 올망졸망 꽃망울이 벙글어 산천이 웃음 짓고 꽃비 내리는 나무들 사이 어느 틈엔가 초록이 짙어져 봄은 여름으로 갑니다. 제가 작은 풀꽃 한 송이에도 사랑을 전하는 것은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향한 경배입니다. 정결한 새벽과 침잠의 저녁이 나날의 삶 안에 스며 머금어진 향기가 은은히 이웃에게 번져가길 바라며 입술로 노래합니다.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삶으로 노래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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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노년 건강의 모델에게 배우다

아내가 신문의 한 장을 잘라 식탁 위, 내 자리에 올려놓았다. 2026년 5월 20일 자 중앙일보 본국 판 기사였다. 신문 사진 속에는 권노갑이라는 분이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노년에 건강하고 싶으신 가요? 나는 당뇨병도 암도 생활 습관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이겨냈습니다. 아흔여섯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도전해 보세요. 파이팅!” 그는 쉰 일곱살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40년 동안 밥, 빵, 면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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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영그레이] 네 잎 클로버의 행운

올봄에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아주 우연히 나를 찾아왔다. 지난달 버지니아주에 있는 큰딸네에 머물 적이었다. 아침에 손주를 학교로 보내고 뜰을 가로질러 한쪽에 퍼진 야생화들을 보러 가다가 하얀 클로버 꽃들이 많은 지점에 멈췄다. 처음에는 클로버 밭을 내려다 보며 꽃을 따서 팔찌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싱그러운 푸른 잎들이 나를 잡았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톰 클랜시의 소설 ‘The Hunt for Red October’가 떠올라서 나도 “The Hunt for four leaf c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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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푸드 스탬프와 1달러 50센트 짜리 식사

미국 이민 선배들이나 어른들 말씀은 흔히들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난한 유학생 시절 아이를 낳고 푸드스탬프(Food Stamp)로 분유를 샀다.” “일자리 잃고 어려울 때 푸드스탬프로 먹고살았다”고 말이다. 지금도 이런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 한인 이웃들 상당수가 푸드스탬프, 지금은 SNAP이라 불리는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으로 한인마트에서 먹거리를 사서 식탁에 올린다. 현재 전국 4200만명이 SNAP혜택을 받고 있다. 조지아주는 150만명, 캘리포니아주는 550만명이 SNAP에 의존한다. SNAP은 한끼 식사 가격으로 약 1달러 50센트를 책정하고 있다.그런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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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선 수필] 제 2의 고향, 몽고메리

몽고 메리에서 미시시피를 이어 흐르는 강물위로 해리엇(HARRIOT) 2호가 유유히 움직인다. 크루즈라고 하면 커다란 배안에서 많은 것을 즐기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몽고메리 해리엇 호는 작은 크루즈 배다. 1층 다이닝 룸 에서는 음악 과 식사를 할 수 있고 2층은 간단한 음료와 음악을 자유로이 즐기며 3층 베란다는 시원한 강 바람을 쏘이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되어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는 배 안으로 하나 둘씩 들어서는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 우선 2층 테이블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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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박 수필] 다른 세상, 다른 가치

낡고 오래된 차 안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고, 그 흑인 운전자가 그 리듬에 맞춰 몸을 맡기며 춤을 출 때, 차는 흔들릴 정도로 움직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마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몸짓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낙천적인 자기표현이자,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팍팍한 삶 속에서 능동적으로 즐거움을 찾아내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한 젊은 직원의 이야기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그는 2000달러짜리 낡은 차에 1000달러나 되는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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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탐욕공화국

폭풍은 바다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라는 밖에서 침략당하기 전에 안에서 먼저 썩어 무너진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가장 평범한 상식을 잃어버릴 때, 공동체는 조용히 침몰하기 시작한다. 마을 어귀의 낡은 돌비석에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모두의 땀이다.” 처음 동물들은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소들은 새벽부터 밭을 갈았고, 말들은 무거운 수레를 끌었다. 개미들은 곡식 한 톨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고, 제비들은 먼 길을 날아와 새끼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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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말이 총이 될 때

팬데믹이 끝났다. 그러나 증오는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계·태평양계(AAPI)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세 배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톱 AAPI 헤이트의 2025년 전국 조사에 따르면 AAPI 성인 약 절반이 인종이나 민족, 국적을 이유로 한 증오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숫자는 냉정하다. 그러나 숫자 뒤에 있는 장면들은 더 냉정하다. 캘리포니아의 한 패스트푸드점. 한인 여성이 낯선 여성에게 밀쳤다. 가해자가 내뱉은 말은 이랬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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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양파 양배추 국

양파에는 퀘르세틴(quercetin)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어 혈관 벽의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황 화합물은 혈소판이 서로 뭉치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기사에 내 관심이 썰린 것은 내 눈 병 때문이었다. 혈관과 혈소판의 문제로 나는 한쪽 눈 중풍에 걸렸다. 전에는 나는 양파를 즐겨 먹지 않았다.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탁구를 치러 갔던 교회에서 다 분배하고 남은 채소를 가져가라고 했다. 종이 상자 안에는 양파와 양배추, 감자가 들어 있었다. 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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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로니카 수필] 퍼팩트 케어( I Care a lot)

영화이야기 25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차림새, 곧게 뻗은 단발머리의 말라는 노인 케어를 업으로 하는 사업가다. 지금 그녀는 후견인이 가진 권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그녀의 사업이 속임수라고 주장하는 피후견인 아들의 청원을 기각한다. 패소한 아들이 노모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 는 2020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작품으로 로지몬드 파이크가 냉혹한 사기꾼 역을 맡았다. 영화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처음과 달리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불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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