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정옥 칼럼] 망가진 정원

그림책으로 인생 배우기 (50) 미국에 와서 살 동네를 정한 다음, 나는 조용한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영어로 듣기와 말하기는 되지 않지만 읽고 쓰기는 조금 되는, 한국식 영어교육의 수혜자로서 낯선 미국에서 할 일을 찾고 싶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그나마 수월할 것 같아 읽기 시작한 그림책들, 아이들 키에 맞춰 꽂힌 그림책을 도서관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문장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그림책은 시처럼 어려운 비유로 가득했고, 어떤 그림책은 미국인만이 이해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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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걷기, 그것이 주는 행복

“현대인은 자동차를 보자 첫눈에 반해 그것과 결혼을 했다. 그래서 전원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키이츠의 이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실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미국에서 살아보니 자동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차가 없다는 것은 현대 생활에서 적지 않은 불편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차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두 발로 걸어야 한다. 다행히 아직 내게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 처음에는 단지 차가 없어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걷기는 내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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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코페’ 발대식, 왜 귀넷카운티 청사인가

2024년부터 시작된 코리안 페스티벌, 이른바 ‘코페’ 행사의 발대식은 매년 귀넷카운티 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단순히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적인 자리가 아니다. 이 발대식은 귀넷카운티 안에서 살아가는 한인사회의 존재감과 참여 의식을 미국 지역사회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상징적 자리다. 코리안 페스티벌의 목적은 한인들끼리만 모여 즐기는 내부 행사가 아니다. 한국의 음식, 문화, 음악, 예술, 전통과 현대적 매력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와 차세대들에게도 자신들의 뿌리와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는 문화의 장이다.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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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좀도둑의 연단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다. 나의 운동 루틴에는 계단 오르는 머신을 비롯해 여덟 가지가 있다. 계단 운동 외에도 다리 근육을 단련하는 머신을 네 가지나 사용한다. 다리 근육은 앞으로 뻗는 근육, 뒤로 당기는 근육, 안으로 모으는 근육, 밖으로 벌리는 근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팔 운동기구 허리 운동 기구도 사용한다. 체육관을 둘러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매트 위에 누워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사람들, 역기를 들어 올리며 팔 근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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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하 수필] 당신과 당신

응급실의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나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현실감을 잠시 잊은 듯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그들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의료진들이 번갈아 가며 상태를 살피고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분주한 그들의 움직임 속에 흐르는 긴장감으로 예사롭지 않은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늦은 저녁, 하얀 가운을 입은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물끄러미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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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이민자 부모에게 태어난 ‘죄’

필자는 한인 이민자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느정도 죄책감을 느낀다. 부모가 되어서 아이들 앞에서 영어 유창하게 못하는 죄, 아이가 영어 숙제를 가져와도 못가르쳐주는 죄, 맞벌이로 바빠서 아이들 못챙기는 죄, 타인종 부모들처럼 특별활동 못보내는 죄, 라이드 못해주는 죄 등등이다. 아이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자랐다면 이런 설움이나 죄책감은 없지 않을까, 필자 뿐만 대다수 한인 학부모들도 비슷한 상황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인 학부모에게 한가지 죄가 더 생기게 됐다.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죄’다. 이제 “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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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영그레이] 숨겨진 보석 – 코리안 벨 가든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있는 메도우락 식물원 (Meadowlark botanical garden)에 갔다. 잘 조성된 95 에이커 정원의 큰 호수를 끼고 돌면서 꽃과 큰 잉어들과 거북이를 보며 마음이 가벼웠다. 가슴을 활짝 열고 봄기운을 받으며 화사한 색색의 진달래꽃에 김소월 시인의 시 구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쪽에 있는 Korean Bell Garden을 찾아가며 세상에 있다는 세 부류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누군가는 직접 무엇을 행하고, 또 누군가는 무엇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지만 다른 누구는 어떻게 그 무엇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한다. (Th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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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의 커뮤니티 액션] 80년의 침묵, 다시 유엔 앞에 섰다

지난 4월 26일, 한국에서 온 원폭 피해자 1세 심진태(83)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과 2세 한정순(67)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이 수백 여 평화 운동가들과 함께 유엔 앞에 섰다. 그리고 반핵 평화를 외쳤다. 30일 유엔에서 열린 한반도 동북아 평화실현 대회에서도 이들은 증언대 앞에 섰다. 그리고 80년간 역사가 외면해온 질문을 다시 던졌다. 1945년 원폭 투하는 과연 합법이었나? 심 지부장은 묻고 있다. “미국이 사과를 했습니까, 보상을 했습니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의 역사는 주로 일본인의 이야기로 기록돼 왔다. 그러나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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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박 수필] 아무도 없는 날

나이가 들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하나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분명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도 있고, 사회 속에서 관계도 이어가며, 가끔은 안부를 묻는 연락도 오간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혼자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끝내 닿지 않는 거리. 보이지 않는 벽 하나가 세상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감정은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더 깊이 스며든다. 젊은 날의 외로움은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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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그날의 총성과 오늘의 침묵 사이에서

1960년 4월 19일, 그날 서울 거리는 ‘부정선거 다시 하자’는 학생들의 구호로 뜨거웠다. 그것은 짓눌린 양심이 터져 나온 절규였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한 세대의 결단이었다. 그날, 두려움은 이상하리만큼 우리를 비켜 갔다. 대신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것이 있었다. 불의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진실이었다. 경무대 정문 200여m 지점에서 우리는 멈춰섰다. 경무대 정문 앞에 무장한 경찰들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경무대 쪽에서 총성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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