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나를 살려가는 은혜

작년 가을, 들판에서 강아지 꼬리 같은 이삭들이 바람에 출렁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풀밭 옆길을 차로 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강아지 풀밭에 눈길이 간다. 봄이 된 이 시간, 그 자리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무성한 잡초들 사이에 강아지풀 새싹도 있을 것이다. 가을이 다시 오면 그 새싹들은 또다시 강아지 꼬리 같은 이삭들을 흔들며 수많은 씨앗들을 땅 위에 흩뿌릴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돌고 돌며 반복되는데, 강아지풀은 그 질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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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순 수필] 울 엄마

누군가는 말했다. 그림을 꼽으라면 밀레의 ‘저녁 종’이라고. 일을 멈추고 기도하는 모습이 숭고하고 경이롭다고 했다. 내게도 있다. 가슴에 새겨진 걸작품. 제목은 ‘열 개의 발’이다. 내 어린 시절의 겨울은 얼마나 춥던지 학교에 가면 투박한 쇠로 만들어진 난로가 있었으나 불씨는 하나도 없었다.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도, 의자에 앉아 있어도 덜덜 떨렸다. 집에 와도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억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외투는 투박한 검은색 광목이었다. 무겁고 둔한 코트 하나로 겨울을 지나가야 하던 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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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개스값과 물가 올리는 ‘전쟁 인플레이션’

지난 2일 새벽 달라스 포트워스행 스피릿 항공 비행기 안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스피릿 항공은 오늘 새벽 3시부터 영업을 중단합니다. 이 비행편은 우리의 마지막 비행입니다. 40년 동안 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항공사 하나가 하룻밤에 문을 닫았다. 승객들은 휴지조각이 된 비행기표를 쥐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수백대의 비행기가 내려앉았고, 1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았다. 이 항공사 변호사는 법원에 “최근 연료비가 급등함에 따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계속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석유는 연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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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시] 엄마의 가는 귀

“엄마” 부르면 한 박자 늦게 돌아보는 얼굴 깊은 주름 위로 노을빛이 스친다 흠집처럼 굳어버린 시간들 말이 되지 못한 채 긴 속내를 지나 쌓여 온 자리 발효 지난 이스트처럼 꺼져버린 흔적 말은 표백된 소리로 흩어지고 뒤늦은 의미가 마음의 가장자리를 비껴간다 같은 말을 다시 묻는 저녁 멀리 있는 그녀의 곁에 앉아 늦은 말들이 마음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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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의 커뮤니티 액션] 투표권리법의 심장을 겨누다

지난 4월 29일 연방대법원이 6대 3으로 루이지애나 선거구 조정 관련 판결을 내렸다. 흑인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어 소수계 의원 선출을 꾀하는 선거구 조정에 제동을 걸었다. 루이지애나는 2022년 흑인 유권자가 많은 두 개 선거구를 마련했다. 그리고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의원 두 명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비흑인 유권자를 차별한다는 소송이 제기됐고 대법원이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965년 만들어진 투표권리법을 짓밟았다. 대법관 6명은 소수계를 한데 묶는 선거구 조정은 “주정부가 인종에 따라 소수계에 불리한 선거구를 의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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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옥 칼럼] 망가진 정원

그림책으로 인생 배우기 (50) 미국에 와서 살 동네를 정한 다음, 나는 조용한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영어로 듣기와 말하기는 되지 않지만 읽고 쓰기는 조금 되는, 한국식 영어교육의 수혜자로서 낯선 미국에서 할 일을 찾고 싶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그나마 수월할 것 같아 읽기 시작한 그림책들, 아이들 키에 맞춰 꽂힌 그림책을 도서관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문장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그림책은 시처럼 어려운 비유로 가득했고, 어떤 그림책은 미국인만이 이해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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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걷기, 그것이 주는 행복

“현대인은 자동차를 보자 첫눈에 반해 그것과 결혼을 했다. 그래서 전원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키이츠의 이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실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미국에서 살아보니 자동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차가 없다는 것은 현대 생활에서 적지 않은 불편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차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두 발로 걸어야 한다. 다행히 아직 내게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 처음에는 단지 차가 없어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걷기는 내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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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코페’ 발대식, 왜 귀넷카운티 청사인가

2024년부터 시작된 코리안 페스티벌, 이른바 ‘코페’ 행사의 발대식은 매년 귀넷카운티 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단순히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적인 자리가 아니다. 이 발대식은 귀넷카운티 안에서 살아가는 한인사회의 존재감과 참여 의식을 미국 지역사회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상징적 자리다. 코리안 페스티벌의 목적은 한인들끼리만 모여 즐기는 내부 행사가 아니다. 한국의 음식, 문화, 음악, 예술, 전통과 현대적 매력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와 차세대들에게도 자신들의 뿌리와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는 문화의 장이다.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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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좀도둑의 연단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다. 나의 운동 루틴에는 계단 오르는 머신을 비롯해 여덟 가지가 있다. 계단 운동 외에도 다리 근육을 단련하는 머신을 네 가지나 사용한다. 다리 근육은 앞으로 뻗는 근육, 뒤로 당기는 근육, 안으로 모으는 근육, 밖으로 벌리는 근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팔 운동기구 허리 운동 기구도 사용한다. 체육관을 둘러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매트 위에 누워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사람들, 역기를 들어 올리며 팔 근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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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하 수필] 당신과 당신

응급실의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나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현실감을 잠시 잊은 듯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그들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의료진들이 번갈아 가며 상태를 살피고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분주한 그들의 움직임 속에 흐르는 긴장감으로 예사롭지 않은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늦은 저녁, 하얀 가운을 입은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물끄러미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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