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미국은 총기 난사에 시달렸다. 지난달에는 브라운대 캠퍼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학생 2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다쳤다. 총격 현장에는 한인 학생도 있어서 공포에 떨었다.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도 총기 난사의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조지아주에서는 지난해 8월 포트 스튜어트 육군기지 총기 난사(5명 부상), 애틀랜타 에모리대, 질병통제센터(CDC) 총기 난사(2명 사망), 하츠필드잭슨공항 총기위협 미수 사건(사상자 없음) 등 굵직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조지아주에서는 매년 평균 2,005명이 총기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2020년 후 조지아주에서는 다중 총기 난사 사건 129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월 둘루스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서도 계산서에 불만을 품은 손님이 총기를 난사한 일이 있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아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이상 총격범’을 원인으로 꼽는다. 언론은 가해자의 정신 상태를 추궁하고, 조지아주 정치인들은 정신건강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며 정신병 치료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총기 난사 가해자 중 정신병적 증상이 확인된 경우는 고작 5%, 항우울제를 복용한 이력이 있는 경우도 4%에 불과하다”고 라기 기르기스(Dr. Ragy Girgis)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정신의학 교수는 지적한다.
숫자는 명확하다. 정신질환은 총기 폭력의 주범이 아니다. 오히려 총기를 사용하지 않은 대규모 살인 사건에서 정신병적 증상 비율이 더 높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총성이 울릴 때마다 정신질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익숙한 편건에 빠진다.
이런 편견은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고는 기르기스 교수는 지적한다. 첫째, 진짜 원인을 숨긴다. 규제없는 총기구입 허가, 극단적 허무주의, 왜곡된 자기애가 핵심 요인이다. 둘째,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한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존스홉킨스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다니엘 웹스터 교수(Dr. Daniel Webster)는 “미국의 총기 살인율은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최대 8배 높다”면서 “다행히 최근 2년간 살인 사건이 약 40% 감소하며 뚜렷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와 뉴욕은 ‘폭력 중재 프로그램’, ‘유령총 규제 강화’를 통해 총기 난사 사건 건수를 줄였다”며 “총기 폭력은 불가피한 운명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총기 관련 제도와 법률의 개선이다.
2018년 플로리다의 파크랜드 총기 난사 생존자인 사라 러너 교사의 말이 울린다.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지 전쟁터가 아니다.” 교사 무장 허용 같은 미봉책으로는 근본 해결이 불가능하다. 총기 접근 제한, 총기 구입자에 대한 신원확인 강화, 총기 구입 대기기간 적용, 총기 난사 가능성에 조기 개입, 지역사회 중심 예방이 답이다.
미국이 여전히 ‘총기 사망 최대국’인 이유는 총 때문이지 정신질환 때문이 아니다. 편견의 악순환을 끊고 구조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을 외면한 채로는 또 다른 브라운대가 생겨날 뿐이다. 새해를 맞아 ‘총기 난사 없는 한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총기 규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정치인과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