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수사국(FBI)이 지난 1월말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투표기록을 압수했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을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 주정부에 “내 표를 찾아내라”고 주장했던 사건의 ‘뒤끝’이다.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풍경은 낯설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정부 선관위를 압수수색하고 유권자 명부를 요구한다. 연방의회 공화당은 “사기 투표를 막겠다”며 미국 여권과 ID를 가진 사람만 투표시키겠다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을 금지시키고, 시민권 단체들은 법정과 거리에서 동시에 싸운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부정선거’ 프레임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법적 공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그 시도 자체가 선거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연방정부가 유권자 명부를 요구하는 행위는 “선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유권자들은 “내 투표가 제대로 집계될까”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이런 의심이 쌓이면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진다.
미국 헌법은 명확하다. 선거 운영 권한은 워싱턴DC의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에 있다. 연방정부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단순한 권한 배분이 아니라 권력 분산의 원리다. 선거를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은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안전장치를 우회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저스틴 레빗(Justin Levitt) 로욜라대 로스쿨 교수 등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에게 선거를 직접 통제할 권한이 없다” 면서도 “법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선거를 둘러싼 의심은 깊어진다”고 우려한다.
의회에서 논의되는 법안들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신분증 요건 강화, 시민권 증명 의무화, 우편투표 제한. 이들 법안은 선거 부정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다니엘 랑 (Danielle Lang)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 등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확인된 사례가 없다”며 “명분과 실체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특정 집단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시아계 권익 단체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의 존 C. 양(John C. Yang) 대표는 “아시아계와 라틴계 유권자들은 언어 장벽과 서류 접근성 문제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우편투표가 제한되면 이들의 투표 참여는 위축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일부 극우인사들은 투표소 인근에 이민단속국(ICE)를 배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는 합법적 유권자조차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향한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법적 공방은 계속될 것이고, 정치적 논쟁도 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법정이나 의회가 아니라 우리 유권자의 마음속에서 벌어진다. 이 모든 제약을 떨치고 투표소로 나서는 한인들의 한표가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