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가 될 자격도 갖추지 않은 채, 사랑하는 마음만 믿고 미래를 보장하는 어떠한 믿음도 없지만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았을 때, 나는 그저 신기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책임감도 들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하고 임신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저절로 커 줄 거라 믿었으니 얼마나 무 책임 하고 무 능력 한 일 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그렇게 아이를 낳아 돌보며 밤낮 가리지 않는 수고가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위해 남편과 나는 정성을 다했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놀라고 숨죽여 울며 기도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인생 아닌가? 하며 살아 갈수 있었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 그렇게 사랑 믿고 용감하게 겁도 없이 시작한 결혼생활은 26년째 잘 이어가고 있다. 가족모두가 자기의 몫을 해 주었기에 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요즘 고민이 생겼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은 내가 성인이 된 그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질 거라는 막연한 말들이 그 아이들에겐 더 이상 현실적으로 희망적이 않아 보인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하고 난폭하게 변해가고 있고 사람은 나날이 개인적이 되어가고 있다. 일 자리는 유능한 젊은이들에게도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우는 속도보다 빠르게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익히기에도 버거워지는 상황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AI가 이끌어갈 세상! 나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이것이 나이든 이들의 불필요한 걱정이라 말해도 할 수 없다. 쏟아져 나오는 미래 예측들은 희망보다 불안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에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소식, 집집마다 로봇이 힘든 일을 대신하고 외롭지 않게 대화도 나누게 될 것이라는 소식, 회사에서는 AI 프로그램들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비용도 줄이며 일 처리를 할 것이라는 소식, 더 이상 인간은 노동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소식. 얼핏 들으면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구나! 이겠지만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지 모르겠으니 그저 불필요한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잉여인간! 오래전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인간에게 어떻게 잉여 인간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는지 그것을 예견하며 떠드는 사람이 너무 무섭고 싫었기에 사기꾼이라고 나는 크게 분노했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설마 정말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일까? 뭐든 불안한 예감은 맞지 않던가. 만약의 사고를 위해 보험을 들고,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주식투자도 하고,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며 집을 장만하고,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해 이것저것 체험하게 하며 살아오던 우리가 이제는 무엇을 준비하며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길을 잃은 사람처럼, 말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무기력감을 느끼는 요즘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이제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물을 어른도 없어진 세상! 누구나가 쉽게 AI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세상! 잠이 오지 않던 날 밤에 물어보니 친절하게 대답해 주던 AI.
끝없이 대화를 이어줄 내용들을 전해주는 그 앞에서 그날 밤 나는 눈물을 흘렸다. 사람도 못해 주는 따뜻한 말과 믿음직한 정보제공과 끝까지 나를 돕겠다는 의지가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기댈 곳이 정말 이곳이란 말인가? 하는 허탈감에 내가 지금 잉여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슬퍼졌다. 필요한 만큼 도움 받고 이용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이 우스워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미래는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 된 것 같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알고 계신분은 대답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