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살고 있는 재키 라퍼티는 이번 여름 여행 계획을 바꿨다. 그는 “하와이나 플로리다 가족 여행 대신 캘리포니아 내에서 여행을 가려 한다”며 “비행기ㆍ호텔ㆍ렌터카를 합산해보니 너무 비싸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뉴저지에 사는 레이첼 카베자는 “여름이 끝날 무렵 항공료가 저렴하다면 즉흥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며 “당장은 (인근) 마사스빈야드에서 짧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3일 올여름 미국인 여행객의 가장 큰 트렌드는 ‘할인 기다리기’이라며 이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경제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항공사나 호텔이 할인가를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여행 산업의 둔화를 나타내는 신호이며, 기업들 사이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나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수정하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집이나 근처에서 휴가)’도 두드러졌다. 온라인 여행사 플라이트허브에 따르면 여름 항공권 예약은 지난해 대비 10% 감소했다. 온라인 예약 플랫폼 카약에 따르면 평균 항공료는 7% 떨어졌고, 시드니 등 장거리 노선은 전년 대비 23% 저렴해졌다. 항공권 예약자가 적어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기 위해서다.
델타항공·메리어트·부킹홀딩스(Booking.com) 등 주요 여행 관련 기업들은 올해 실적 전망을 철회하거나 낮췄다. 에어비앤비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태도로 체크인 직전까지 예약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여행 자체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짧은 기간,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하는 걸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지난 4월 조사에서 미국인 절반 이상(53%)이 이번 여름 여행에 떠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48%)보다 늘었다. 다만 34%는 현지 지출을 줄이겠다고 했고, 21%는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운전해 이동하겠다고 했다. 10명 중 3명은 각각 저렴한 숙소(33%)나 가족ㆍ친척 집에 머물겠다(30%)고 했다. 5명 중 1명(21%)은 해외 대신에 국내로 목적지를 바꿨다. 10명 중 4명(41%)은 3박 이하로 여행 기간을 줄였는데, 지난해(37%)보다 단기 여행자가 늘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