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니코틴 파우치(입술과 잇몸 사이에 끼워 흡연한 듯한 효과를 내는 제품)가 유행하면서 이를 입에 넣은 영유아들의 니코틴 중독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아과학회(AAP)가 발간하는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전역 중독센터들이 보고한 6세 미만 영유아의 니코틴 중독 사례 13만4663건을 분석한 논문이 14일 게재됐다고 미 NBC 뉴스는 보도했다.
이 중 76%는 2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발생했으며,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일어났다. 니코틴 파우치, 씹는 담배, 보통 궐련, 액상 전자담배, 니코틴 함유 껌이나 캔디 등에 사고로 노출된 경우였다.
논문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의 니코틴 중독 사례는 2020년에 10만명당 0.48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0만명당 4.14명으로, 3년만에 8배 증가했다.
영유아 니코틴 중독 사례 증가는 니코틴 파우치 판매량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코틴 파우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금연보조제로 승인을 받은 제품은 아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흡연건강국(트럼프 행정부 들어 폐지)이 2021년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 파우치 판매 액수는 2016년 71만달러(약 9억8000만원) 정도였지만, 2020년에는 1월부터 6월 중순까지 5개월여만 따져도 2억1600만달러(약 2980억원)에 이르렀다.
니코틴에 노출된 영유아들은 대부분 의학적 조치 없이도 건강 이상을 겪지 않았으나, 39명은 호흡곤란이나 발작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는 1세, 1세 반 안팎인 소년 2명이 있었다. 이들은 액상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니코틴 함유 액상을 섭취한 후에 숨졌다.
AAP 대변인은 어른들이 니코틴 파우치나 액상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따라하거나 파우치나 액상이 신기해 장난감처럼 입에 넣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른들이 니코틴 제품을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며 “가방이나 뒷주머니가 아니라 자물쇠를 채워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