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싸웠다…‘손흥민·오현규 골’ 홍명보팀, 멕시코와 통한의 2-2 무

한국축구대표팀이 손흥민(33·LAFC)과 오현규(24·헹크)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멕시코와 비겼다.

한국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전반 22분 라울 히메네스(풀럼)에 헤딩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20분 손흥민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30분 오현규가 역전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상대 파상공세를 막지 못하고 후반 추가시간 3분 산티아고 히메네스(AC밀란)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지난 7일 미국을 2-0으로 꺾었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0계단 높은 ‘북중미 최강’이자 ‘내년 월드컵 공동개최국’ 멕시코(13위)와 비겼다. 지난해 9월 홍명보호 2기 출범 후 가장 강한 상대를 맞아 잘 싸웠다.

2006년 이후 19년 만에 멕시코전 승리를 눈앞에 뒀던 한국은 비록 비겼지만, 최근 멕시코전 3연패는 끊어냈다. 역대 전적은 4승3무8패가 됐다. 홍명보팀은 미국 원정 평가전을 1승1무로 마쳤다. 멕시코는 A매치 9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갔다.

멕시코전 동점골을 터트린 손흥민. [사진 KFA]

0-1로 뒤진 후반 20분 김문환(대전)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주자 오현규가 백헤딩으로 공을 떨궈줬다. 페널티 박스 내 왼쪽 부근에서 원바운드된 공을 손흥민이 통렬한 왼발 논스톱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미국전에서 1골1어시스트를 올렸던 손흥민은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나서 A매치 136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차범근·홍명보와 A매치 출전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한 손흥민이 자축포를 터트렸다.

멕시코전 역전골을 터트린 오현규. [사진 KFA]

1-1로 맞선 후반 30분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중원에서 침투패스를 찔러줬다. 오현규가 페널티 박스 내 오른쪽에서 공을 바깥쪽으로 친 뒤 먼 포스트를 향해 강력한 오른발 땅볼슛을 쐈다. 대각선으로 향한 공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오현규는 두 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가 무릎 부상을 문제 삼아 이적이 불발됐는데 오현규가 마치 슈투트가르트를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보였다.

멕시코전 역전골을 터트린 오현규. [사진 KFA]

앞서 한국은 전반에 상대 압박에 고전했고, 오현규는 전반전에 2차례 득점 찬스를 놓쳤다. 전반 14분 오현규가 역동적인 볼 컨트롤 후 왼발슛을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20분 이강인이 앞쪽 빈 공간을 향해 감각적인 아웃프런트킥 패스를 찔러줬다. 오현규가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골키퍼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 대각선슛을 쐈지만 벗어났다.

빅찬스를 놓친 한국은 전반 22분 선제 실점했다. 로드리고 우에스카스(코펜하겐) 얼리 크로스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한범(미트윌란) 사이로 날아오자, 프리미어리그 풀럼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가 머리로 정확히 돌려 놓아 골망을 흔들었다.

미국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소집 해제된 이재성(마인츠)이 빠진 가운데,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이강인이 2선 공격수로 나섰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스페인) 시절(2022~23년) 스승 하비에르 아기레(멕시코) 멕시코 대표팀 감독과 ‘사제대결’을 펼쳤다.

전반전에 빌드업과 플레이메이킹, 오프더볼(공이 없을 때 움직임) 등이 미국전과 비교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좌우 윙백의 공격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홍명보(왼쪽)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은 미국전에 이어 멕시코전도 스리백과 3-4-2-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미국전과 비교해 김민재와 이한범을 제외한 9명을 교체해 실험을 이어갔다. 전반전에는 3-4-2-1 포메이션보다는 5-4-1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미국전에 교체출전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독일계 혼혈선수 옌스 카스트로프가 첫 선발출전해 부지런히 뛰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는 역할이 애매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배준호와 카스트로프를 빼고 손흥민와 김진규(전북)을 투입했다. 미국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출전했던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출발해 왼쪽 윙어로 나섰다. 주장완장도 김민재로부터 넘겨 받았다.

한국은 경기를 풀어갈 때 중원에 숫자가 부족해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멕시코도 후반 16분 라울 히메네스 대신 산티아고 히메네스을 넣는 등 공격 라인 3명을 다 바꿨다.

후반 20분을 기점으로 손흥민과 오현규, 이강인이 팀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손흥민이 값진 동점골을 뽑아냈고, 오현규가 역전골을 작렬 시켰다. 후반 44분 멕시코 슈팅을 골키퍼 김승규(FC도쿄)가 몸을 날려 막았다. 그러나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후반 추가시간 3분에 산티아고 히메네스에 동점골을 내줬다. 김승규가 막기 쉽지 않았던 슈팅이었다.

양팀은 마치 월드컵 토너먼트처럼 뜨거운 경기를 펼쳤다. 3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는 양국 팬들이 몰려 파도타기 응원을 했다. 내년 월드컵이 열릴 현지 분위기를 미리 경험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