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를 당해 납치·감금된 한국인 수십 명을 구조한 선교사가 “젊은 한국인이 할 만한 일이 없으니 제발 오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시아누크빌에서 활동하는 교민회장 오창수 선교사는 지난 13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현지에서는 한 달에 200~300달러(약 28~42만원)면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다”며 “저개발 국가에서 한 달에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없고, 그런 고액을 준다는 건 사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 대부분은 온라인 구직 광고를 통해 유인돼 입국한 뒤 여권을 압수당하고 폭행과 협박 속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운영에 강제로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오 선교사는 “(범죄 조직들 사이에서) 한국인들은 몸값이 제일 높다. 보이스피싱 수익을 잘 내기 때문”이라며 “그러니 한국인 (한 명당) 1만 달러(약 1430만원)가 넘는 값으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선교사는 “올해만 이미 50명이 넘는 한국인을 구조했다”며 “대부분이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예전엔 카지노에서 중국인에게 돈을 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는데 지난해 30~40건에 이어 올해만 벌써 50건이 넘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알고 보니 대부분이 취업 사기로 캄보디아로 온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중국 조직에 납치·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선 “그 지역은 이미 중국 흑사회 조직이 온라인 범죄 거점으로 만든 곳”이라며 “빠삐용도 탈출하지 못할 정도의 요새 같은 곳이다. 아직도 그 안에 구조를 기다리는 한국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선교사는 현재 캄보디아에 주재 경찰 영사가 3명뿐인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하루빨리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가 들어와야 한다”며 “캄보디아 프놈펜 경찰청에 우리 경찰들이 들어가서 같이 공조하고 합동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을 벌러 왔다가 고문당하고 맞으며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제발 오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