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정부의 과도한 이민자 단속과 권위주의 행태에 맞서 싸우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첫 째는 법원 소송이다. 둘 째는 부당한 협조를 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셋 째는 정치권 압박, 넷 째는 끊임없는 시위와 집회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지난 주 아시안 권익 단체들은 법원에서 중요한 결정 하나를 받아냈다.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법은 지난 5일 이민단속국(ICE)이 국세청 납세자 기록을 받아 체포와 구금, 추방에 악용하는 일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소송은 아시안법률협회(ALC)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등 아시안 단체들이 주도해서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국세청과 사회보장국, ICE가 이민자 단속을 위해 납세자 기록 등을 공유하는 것은 개인 정보를 비밀리에 취득해 남용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를 연방지법이 받아들였다. ICE와 국세청 등은 비밀 협약을 통해 지난해부터 정보를 공유해왔으며 이 때문에 10만 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사는 1100만여 서류미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다. 정부는 서류미비자 취업은 금지하지만 국세청은 세금 납부를 권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합법신분 취득 기회를 대비해 수많은 서류미비자들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세금을 낸다. 세금 납부는 이민 심사에서 이른바 ‘도덕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세청 정보를 이용해 이민자 단속을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류미비 납세자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됐다. 세금을 내라고 해서 납부했더니 그것 때문에 이제는 단속 대상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물론 정부가 항소를 하겠지만 연방지법의 중단 판결은 일단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귀중한 승리다.
법원은 강력한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의 기록 공유를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ICE와 국토안보부(DHS), 그리고 모든 대리인들이 이미 불법적으로 취득한 납세자 정보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열람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그리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명령했다. 이런 수준의 판결은 매우 드문 일이며 그동안 개인정보 침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
ALC 조시 로젠탈 노동자 권리 디렉터는 “불법적인 데이터 공유 협약은 모든 미국인에게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명백히 개인정보 보호법을 무시는 기관들의 시도를 법원이 중단시킨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ICE는 가족과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불법 체포를 반복해 왔으며, 개인 정보의 무분별한 이전은 특히 위험하다”며 “해마다 수백만 명의 이민 노동자들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이번 판결은 납세 의무를 안전하게 이행할 권리를 지켜준다”고 강조했다.
미교협 베키 벨코어 공동 사무총장은 “정부는 정보 공유 관행을 통해, 세금을 신고하든 하지 않든 가족 분리, 구금, 추방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이중 함정’에 납세자들을 빠뜨리려 했다”며 “사적 정보를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납세자 개인뿐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법원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