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독살한 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은 동화책을 출간했던 미국의 30대 여성에게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 서밋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16일 가중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쿠리 리친스(35)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년 만이다.
리친스는 2022년 3월 자택에서 남편 에릭 리친스의 칵테일에 치사량의 5배에 달하는 합성 마약 펜타닐을 넣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배심원단은 살인 미수와 위조, 보험금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리친스는 사건 한 달 전 밸런타인데이에도 펜타닐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남편에게 먹여 정신을 잃게 하는 등 범행을 시도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펜타닐 치사량’, ‘호화 교도소’, ‘독살 시 사망진단서 기록’ 등을 검색한 기록도 발견됐다.
검찰은 리친스가 약 450만 달러(약 67억원)의 채무가 있었고 남편이 사망할 경우 약 400만 달러(약 59억원) 상당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남편 몰래 총수령액이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이르는 생명보험을 여러 건 가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리친스는 다른 남성과 교제하며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리친스는 체포 직전인 2023년 5월 부모를 잃은 아이가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아동용 도서 『나와 함께 있나요?』를 스스로 출판하기도 했다. 해당 책은 대필 작가를 고용해 제작했다고 한다.
검찰은 리친스가 책 출판을 통해 자신을 ‘남편을 잃고 슬픔을 극복하는 미망인’으로 포장하며 범행을 숨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친스 측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은 정황증거에 의존한 추측”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사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읽는 동안 리친스는 바닥을 응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졌다.
가중살인 혐의가 인정되면서 리친스는 최소 25년형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법원은 오는 5월 13일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날은 숨진 에릭 리친스의 44번째 생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