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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할 방법이 없다, 미 대졸청년 덮친 ‘AI 쇼크’

05/11/26
in 전국뉴스, 최신뉴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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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설치된 고용 고지판. 로이터 사진.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설치된 고용 고지판. 로이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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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청년층 사이에서 ‘첫 직장’ 자체가 사라진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기업 사다리의 맨 아랫칸을 빠르게 대체하면서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미국의 대졸 실업률 상승과 AI 확산이 맞물리며, 기업들의 ‘엔트리급(신입사원) 채용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업 준비 자체가 번아웃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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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미국 청년 고용 시장이 심상치 않다. 22~27세 대졸 실업률이 2022년 4.1%에서 지난 2월 5.6%로 상승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Fed)에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생의 불완전 고용률(Underemployment)은 43% 수준이다. 불완전 고용이란 일은 하고 있지만, 바리스타, 고객 상담, 단순 행정 같이 자기 학력·능력·희망 수준에 못 미치는 일자리에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유은희부동산 유은희부동산 유은희부동산

단순히 구인 숫자가 줄어든 게 문제가 아니다. 채용 과정 자체가 ‘사람 대 사람’의 평가보다 AI 시스템을 통과하는 게임처럼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듀크대를 졸업한 번미 오미소어(22)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AI 필터링을 통과하기 위해 챗GPT로 버즈워드(핵심 단어)를 억지로 끼워 넣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자동 탈락(auto-rejected)’ 처리되기 때문이다. 에이먼 모튼(23)은 인턴 지원서를 453번 제출한 끝에야 유튜브에 입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청년층 사이에선 “취업 준비가 아니라 번아웃 게임 같다”는 푸념이 나온다.

기업 64% “신입 채용 중단 또는 감축”

UNI파이낸셜 UNI파이낸셜 UNI파이낸셜

AI가 일자리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신입들의 ‘첫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 ‘AI 노출 직군’의 고용은 최근 13% 감소했다. 연령을 쪼개보면 채용 변화 추세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22~25세 청년층 고용은 6% 줄었지만, 고연령층 고용은 거꾸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AI가 기업 사다리의 맨 밑 칸(bottom rung)을 제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들은 채용 방향을 바꾸고 있다.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의 64%가 “AI 때문에 신입직원 채용을 줄이거나 중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영국 IPPR연구소는 “현재 진행 중인 AI 확산의 1차 충격이 여성·청년·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엔트리급 사무직에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객 상담·행정·백오피스 같은 업무가 대표적이다. 이런 업무는 대체로 사회 초년생들의 ‘첫 경험치’ 역할을 해왔다. 단순 반복 업무였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 문화와 실무를 배우고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숙련 전문직에 대한 수요는 되레 증가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신입 채용 공고에서 AI 활용 능력 요구는 최근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때 기업들이 원했던 인재가 ‘경력직 같은 신입’이었다면, 이제는 ‘AI보다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인 신입’이다.

개발자 업계에선 벌써 ‘주니어 멸종(Junior-less)’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 툴의 확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입 개발자들이 단순 코드 수정과 테스트를 반복하며 실력을 쌓았다면, 이제는 그 업무를 AI가 처리한다. 시니어 개발자는 AI 덕분에 생산성이 급등하지만, 반대로 주니어 개발자들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할 경험 자체가 부족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업들이 중간 관리자들은 유지하면서도, AI로 대체 가능한 말단 분석가·리서치 신입부터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채용 시장에선 ‘졸업생 패싱(Ghosting the Grads)’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채용 공고는 올려두지만 실제로는 거의 진행하지 않는 ‘유령 공고’ 현상이 특히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학계는 이런 현상을 ‘흉터 효과(Scarring)’로 설명한다. 1980년대 경기 침체기에 첫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세대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이후 수십년간 낮은 소득과 높은 실업률, 건강 악화에 시달렸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에서도 경기 침체기에 졸업한 학생들은 호황기 졸업생보다 10~15년 뒤에도 임금이 1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 직장은 단순한 출발선이 아니라 이후 커리어를 결정짓는 ‘경로(path)’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은 지금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사실보다, “양질의 신입 일자리부터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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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한국 청년 실업률은 7.6%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14만7000명 감소했고, 청년 고용 감소세도 2022년 11월 이후 41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국내 채용 플랫폼에서는 기업들이 지원자 수를 늘리기보다 ‘채용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풀이한다. 신입 공고 자체를 줄이거나, 채용 이전 단계에서 검증을 강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AI가 아니다. AI 시대에 진입할 ‘관문’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 직장을 잃은 세대가 늘어나면, 그 충격은 결국 소비와 성장,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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