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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폭등’ 콘돔도 사치다…고물가가 바꾼 침실 풍경

05/15/26
in 전국뉴스, 최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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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말레이시아 페탈링 자야에서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카렉스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이 회사는 원자재 비용 상승 압박에 제품 가격을 최대 30% 인상하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말레이시아 페탈링 자야에서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카렉스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이 회사는 원자재 비용 상승 압박에 제품 가격을 최대 30% 인상하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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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피임까지 사치스러운 일로 만들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적 용품인 콘돔 가격을 건드리면서다. 미국과 중국의 관련 정책까지 바뀌면서 ‘피임 인플레이션’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카렉스는 지난달 23일 제품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50억개 이상의 콘돔을 생산하는 카렉스는 듀렉스와 트로잔 등 세계적 콘돔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한다. 유엔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이 운영하는 공중보건 프로그램에도 공급한다. 전 세계 콘돔 생산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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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렉스가 가격을 인상한 건 전쟁 때문이다. 콘돔의 주원료인 합성고무, 니트릴, 실리콘오일, 암모니아 등은 모두 중동산 석유에서 나오는 화학 부산물에 의존한다. 콘돔 포장재 제조에 쓰이는 나프타의 경우, 아시아 공급량의 41%가 중동에서 온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원료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고 미아 키앗 카렉스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원자재 및 화학 물질 가격이 최대 100% 상승했다”며 “제품 가격을 조정해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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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기업 KPMG의 앤지 길데아 글로벌 석유·가스 부문 책임자는 “원유나 디젤, 가솔린 못지 않게 피드스톡(석유화학 기초원료)과 석유화학 제품도 공급 부족 상태”라고 설명했다.

운송 지연도 비용 상승을 부추긴다. 고 미아 키앗 CEO는 “한 달이 걸리던 미국과 유럽행 배송이 전쟁 여파로 지금은 두 달 가까이 걸린다”며 “콘돔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 도착한 후에도 선박에 실려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선 재고가 바닥나도 제품 도착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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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전 세계 콘돔 수요는 올해 약 30% 늘었다. 고 미아 키앗 CEO는 “이란 전쟁으로 많은 고객사의 재고량이 평소보다 주는 바람에 오히려 콘돔 수요가 증가했다”며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중동발 에너지 흐름 교란이 지속되는 한 공급망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임 막자…MAHA 주장 동조하는 트럼프  

콘돔 가격은 전쟁 이전부터 압박을 받았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관련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미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콘돔 구입 비용으로 쓰일 돈 5000만 달러(약 714억 원)를 확인했고 이를 막았다. 그들(하마스)은 콘돔을 폭탄 제조에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2023년 USAID가 콘돔 구입에 사용한 돈이 700만 달러(약 101억원)다. 아프리카 모잠비크, 케냐 등 아프리카 지역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비롯한 성병 퇴치용 보건 용품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USAID 예산이 삭감된 이후 이들 국가들은 대량의 콘돔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미국에선 여성 피임 정책도 바뀌고 있다. 지난달 3일 미 보건부는 여성용 피임약 복용과 자궁내 피임기구 사용을 억제하고 대신 생리주기를 계산한 피임법을 권장하는 가족 계획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엔 약 970만달러(약 126억원) 상당의 여성용 피임 제품도  폐기했다. 피임약과 여성 피임 기구가 여성 신체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을 비롯한 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세력의 생각이 반영됐다. 이들은 과도한 피임을 막아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인구 감소 걱정 중국, 피임용품에 세금 붙였다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피임용품 값이 올랐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 1월부터 자국에서 판매되는 콘돔과 피임약 등에 13%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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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인구 증가를 억누르기 위한 ‘한 자녀 정책’에 발맞춰 1993년부터 피임용품의 세금을 면제했는데, 33년 만에 정책을 바꿨다.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이젠 셋째 출산까지 허용 했음에도 급감하는 출산율에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 공산당이 피임용품 가격까지 손을 댄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 판매대에 콘돔이 진열돼 있다. 중국 당국은 1월부터 콘돔 등 피임용품에 13%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피임 비용 상승은 단순한 소비자 불편을 넘어 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콘돔 등을 저렴하게 구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선 성병이 증가할 위험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치 않은 임신의 증가는 교육·경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 증가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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