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기관 찾는 소비자 급증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의 크레딧카드 부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중산층까지 카드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크레딧카드 잔액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13.12%를 기록했다. 이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이후 최고치다. 국내 전체 크레딧카드 잔액도 1조2500억 달러로 증가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비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식료품과 주거비,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 대금을 갚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노 브라가 어번인스티튜트 연구원은 “집세와 의료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카드 대금 상환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 금리는 크게 올랐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료에 따르면 평균 크레딧카드 금리는 2022년 2월 14.6%에서 올해 2월 21%까지 상승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29%에 달하는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메인주에 거주하는 의료보조원 멜리사 메기슨은 이혼 후 생활비와 반려견 의료비를 카드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카드 한 장의 금리가 29%까지 오르면서 연체와 연체료가 반복됐고, 9개월 만에 카드빚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추심 전화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주택을 매각해 부채 일부를 상환해야 했다.
미시간주의 조셉 대니얼-호스트도 세 장의 크레딧카드를 돌려막기하며 버티다 카드빚이 2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그는 “매달 갚고 있는데도 빚은 계속 늘어나는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위험한 저글링 게임”에 비유했다. 이후 비영리 크레딧상담기관의 도움으로 금리를 6% 수준까지 낮추고 수년간의 상환 끝에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크레딧상담기관을 찾는 소비자도 급증하고 있다. 전국크레딧상담재단(NFCC)은 올해 1월 상담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월평균 상담 건수는 2018년보다 60% 이상 많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채 문제가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브루스 맥클러리 NFCC 대변인은 “많은 가정이 장기 재정 계획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부채(survival debt)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카드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 상환금만 납부하는 습관을 피하고, 금리 인하 협상이나 크레딧상담 프로그램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상자금 마련과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고금리 부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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