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10명 중 7명 울린 이 증상, 주범은 생야채·길거리 음식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객이 부쩍 느는 시기다. 여행은 일상의 리듬을 깨는 일이다. 낯선 기후, 새로운 음식, 긴 이동에 따른 체력 소모는 신체에 적잖은 부담을 준다. 들뜬 마음에 준비를 소홀히 했다간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여행이 ‘추억’이 아닌 ‘사고’로 기억되지 않도록 출발 전 철저한 사전 점검에 나서자.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본인의 건강 상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출발 전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여행 일정에 맞춰 복약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차나 식사 패턴 변화로 인해 약 복용 시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중 복용할 약은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한다. 약품명과 복용 시간표, 약물 알레르기 정보는 미리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는 휴대용 혈압계를, 당뇨병 환자는 혈당 측정기와 저혈당에 대비한 간식을 챙기도록 한다. 상비약도 빠뜨릴 수 없다. 지사제,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피부 연고, 상처 밴드는 기본으로 준비하는 게 이롭다.

질병관리청 홈피서 해외 감염병 확인

감염병 예방도 중요하다. 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지역은 A형 간염, 말라리아, 황열, 장티푸스 같은 풍토병이 유행한다. 출국 2~4주 전에는 여행자 클리닉이나 감염내과를 방문해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라리아 유행 지역 방문 예정이라면 예방약 복용도 필수다. 국가별 감염병 정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해외감염병 NO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국 전 확인만 해도 위생 관리와 예방 수칙을 미리 숙지할 수 있어 현지에서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은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가 대표적이다. 해당 질병이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모기 기피제와 밝은색의 긴소매 옷, 모기장, 방충망 등이 기본 준비물이다.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숙소를 고르고, 창문과 문틈에 방충 처리가 돼 있는지도 확인한다.

여행자 10명 중 7명이 겪는 증상이 바로 ‘여행자 설사’다. 현지 수질이나 조리 환경, 식재료 위생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생수나 끓인 물 외의 음료는 피하는 게 안전하다. 익히지 않은 생야채나 날 음식, 길거리 음식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이와 고령자, 기저질환자는 설사가 탈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응급 상황에 대비한 정보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여행지의 의료기관 위치, 진료 가능 언어, 대사관 연락처, 비상 연락망 등을 미리 파악해 두면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서 ^국가별 의료 시스템 ^여행 경보 및 최신 안전 정보 ^위기 상황별 대응 요령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소방청과 외교부가 운영하는 ‘재외국민 119 응급의료 상담 서비스’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여행지 병원·119 상담 서비스도 사전 확인

해외에서 병원 진료를 받으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간단한 처치에도 수십만원이 들 수 있다. 여행자보험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보험은 상해·질병 치료, 응급 후송, 자기부담금, 보장 기간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가입하는 것이 좋다. 휴대품 도난이나 파손 보장 여부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장시간 이동에 따른 건강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하지 정맥에 혈액이 고이면서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른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다. 다리 부종이나 통증,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면 폐색전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선 수시로 간단한 운동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가능하면 2시간마다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앉은 상태에서도 발목을 돌리거나 종아리를 움직여준다. 혈류 순환을 돕는 압박스타킹 착용도 효과적이다. 탈수를 막으려면 물을 자주 마시되, 카페인이나 알코올 음료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서진웅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희진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질병관리청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