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부 물류 거점으로 꼽히는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에서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면허 정지된 대형트럭 운전자가 속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영어 능력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다.
조지아주 치안국(DPS)은 지난 5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효됨에 따라 영어 능력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트럭 운전사 83명의 면허를 정지했다고 최근 밝혔다. 면허 취소는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4일 지역 방송 WAFF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디캡 카운티 경찰은 트럭운전사 2명에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통위반 티켓을 발부했다.
새 행정명령에 따라 상업용 차량 운전자는 노상 점검(roadside inspections) 또는 경찰의 교통 정지 과정에서 합리적인 영어 소통이 어려운 경우, 영어 시험 응시를 요구받을 수 있다. 구두 면접과 도로 표지판 해석을 적절히 해내지 못하면 면허가 정지된다. 연방차량안전청(FMCSA)이 안내하는 예상 질문으로는 출발·도착지, 운송 중인 화물에 대한 설명, 고용주, 차량 정보 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법이 미국의 트럭 운전자, 승용차 운전자와 보행자들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FMCSA도 “운전자가 통역 도움 없이 법 집행관의 질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홍보했다.
정부는 행정명령 취지로 도로 안전을 내세우지만, 실상 이민자 단속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껏 교통법규를 잘 준수해온 숙련된 운전자들도 액센트나 발음 문제로 영어 능력 미달 판정을 받고 면허를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민자 종사 비중이 높은 운송업에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들을 쫓아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인 트럭킹업체인 사바나 인터모달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상업용 면허 취득을 위한 필기·실기 시험이 모두 영어로 진행됐는데, 트럼프 이후 이민단속이 강화되며 외국인 노동자를 걸러내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영어 능력에 대한 평가가 경찰, 공무원의 재량에 달려있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덧붙였다.
크리스 정 변호사는 “더이상 영어를 이민자의 선택이 아닌 법 집행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미국 공식언어를 영어로 지정한 행정명령과 일맥상통한다”며 “영어 규정이 주마다 다르게 적용됐다면 이젠 대대적인 영어 능력 재점검이 엄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